직장인이라는 단어가 자신의 직종이나 분야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의 형태를 말해줄 뿐인 것처럼 프리랜서도 그저 고용의 한 형태일 뿐이다. 그런데 왜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으면, 주저하다가 '프리랜서인데요.'라는 말을 먼저 하게 되는 걸까.
프리랜서라는 개념이 생소할 때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부 업종에만 해당되는 경우가 많았다. 디자이너나 작가, 번역가와 같이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주로 컴퓨터로 일하면서 그 결과물을 메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 요즘은 거의 모든 일의 성격이 그러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고, 카페나 공유 사무실에서 노트북 하나 올려놓고 일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사람이 여러 회사와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능력에 따라 여러 분야의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프리랜서로 두 개 혹은 세 개의 직업을 갖게 되는 셈이다. 프리랜서를 하며 개인적인 스타트업을 준비하거나 크라우드 펀딩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영상으로 수익을 내는 유투버도 사업체를 차리기 전에는 일종의 프리랜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나도 수많은 업종에 분포된 수많은 프리랜서들 중 한 명이 되었고, 내가 하는 일이 프리랜서로 가능한 일이 될 줄은 그리고 그걸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프리랜서라서 숨통이 트이는 한편 조여 오는 것들이 존재하는데, 묘하게도 그것들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 숨통을 트게 하는 바로 그것 때문에 숨통이 조여 오고, 숨통을 조이는 그것 때문에 숨통이 트인다.
모든 것이 모순 그 자체다.
트렌드에선 미래 희망직종 혹은 변화하는 흐름이라고 몇 년 동안 떠들고 있는 게 바로 프리랜서다. 주로 프리랜서라는 표현보다는 디지털 노마드라고 보기 좋게 포장되는 경우가 많고, tv 프로그램에서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개의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대안 공간들, 공유 사무실의 증가가 그 변화를 증명하고 있다. 문제는 그 트렌드가 현실의 눈 앞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식에도 변화를 주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의 간극이 존재한다. 나는 그 간극 사이에 있다.
사람들에겐 '프리랜서'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가 있다. 자유로움을 부러워하는 한편 불안해 보인다는 것. 고정된 직장이 없다는 것은 고정된 수입이 없다는 뜻으로 직결된다. 매달 들어오는 수입이 규칙적이지 않다는 것은 남다른 선택을 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마치 돈에 욕심이 없거나 꿈을 위해 힘든 길을 스스로 가고 있는 것 같은. 열외 같은 느낌.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또래들은 본인이 프리랜서가 아니더라도 변화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애써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나 나이가 많은 어른 가족들에게는 나의 고용형태를 해명해야 하는 상황에 종종 놓이게 된다. 게다가, 나처럼 기혼자인 경우엔 해명해야 할 어른 가족의 수가 2배가 되는 셈이다.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 데 결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왜 결혼을 선택하는지 해명하지 않아도 되지만, 결혼을 안 하기로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해명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놓이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속이 후련하지 않은 그 기분.
때로는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하고, 나 역시 쉽게 예민해진다. 나도 이 모든 불안을 알고 있음에도 감수하고 선택한 것이지만, 지나가는 걱정 섞인 조언을 쉽게 마음속에서 털어버리지 못한다. 속으로 되뇌일 뿐이다. 나도 열심히 돈을 벌고 있고 나만의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중이라며. 꺼내어 보여주지도 못할 마음에 오기를 부려본다. 직장인만큼 인정해주지 않는 듯한 뉘앙스는 잊을만하면 느닷없이 튀어나와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인간에게 인정의 욕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뭐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달라는 게 아니다.
다만, 노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놀 때도 있다. 사실이다. 꽤 길게 놀 때도 있다. 생각보다 길게. 나도 어떨 땐 내가 백수처럼 느껴진다. 돈 쓰며 놀기만 하다가 조금씩 초조해진 적도 많다. 월급 받는 직장인에 비해 수입이 불안정하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매달 고정된 월급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따뜻하고 소중한 것인지 울타리 밖을 나와보면 바로 체감하게 된다. 회사 다닐 땐 당연한 것들이 회사 밖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것 투성이다. 계약시기에 따라 일하는 회사 사정에 따라 금액도 달라지지만, 결제시기도 달라지기 때문에 그 모든 위험요소들은 내 카드 결제일을 위협한다.
이 불안정 요소들이 내게 가져다주는 건 시간과 자유다. 내가 내 하루의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고, 아침저녁으로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되며, 집에서 늦잠 자고 일어나 잠옷 차림으로 세수도 안 한 채로 일을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퇴근 타이밍을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원치 않는 워크숍이나 회식에 참여할 일도 없다. 부당한 일들을 참고 넘어가지 않아도 되고 최소한의 요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불안과 맞바꾼 시간과 자유를 누리는 대가는 오로지 책임이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한 성과를 결과물로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보다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나의 사장이고 동료이고 부하직원이 되어야만 한다. 전체적인 판단과 디테일을 챙기는 몫이 모두 나 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어떤 조건을 요구하게 되면 그만큼 나에게 주어지는 부담감도 증가된다. 일이 몰려 밤을 새도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없고 그 모든 일을 차질 없이 처리해야만 한다.
일이 몰리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건 정말 조절하기 쉽지 않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이 들어오지 않아서 노는 때가 있는 만큼 일이 몰릴 때는 그걸 거절할 수 없다. 비수기가 있는 만큼 성수기에 바짝 벌어야 한다는 마음을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성수기 통장을 보면 더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게 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프리랜서의 효율은 모두 개인의 몫이다. 돈이며 시간이며 심지어 감정노동까지도 내 자유라는 점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 버는 사람은 직장인의 몇 배를 벌고 같은 일을 해도 더 높은 페이를 책정받는다. 못 버는 사람은 고생을 있는 대로 다 해도 손해 보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업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그 업계가 얼마만큼 그 일을 인정해주는 관습을 지녔느냐도 중요하다.
내 경험상 프리랜서도 나름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말 유명한 인지도를 가진 인플루언서의 위치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일을 주지 않는다. 일을 따내고 그동안 일했던 인맥을 활용해 영업을 하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처음이 가장 힘들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든다. 두세 개의 회사와 지속적인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것이 여러모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면서 일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방법일 테지만, 그것조차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나의 주요한 업무는 크게 미팅과 혼자서 일하는 시간으로 나뉜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한두 번의 미팅을 제외하면 일주일 안에서 내가 일하는 날짜와 시간대를 스스로 스케줄링할 수 있다. 평일에도 사적인 약속이나 계획을 잡을 여지가 있다는 점이 꿀맛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약속을 잡기 시작하면 밤샘만 잦아질 뿐이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출장을 가는 경우도 있다. 출장은 매우 고강도의 스케줄을 요구하기 때문에 일과 체력의 효율이 바닥으로 떨어트릴 만큼 힘들지만, 한 번의 두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을 때에는 한 달 수입이 회사 다닐 때 월급의 세네 배인 적도 있었다.
물론, 프로젝트가 끝난 후 얼마간은 앓아누워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