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작업실

by 흔적



프리랜서는 작업 공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미팅을 하는 장소가 회의실이고, 노트북을 펼치는 장소가 곧 사무실이 된다. 이 사실은 내게 프리랜서를 지속하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일 만큼 무한한 자유를 선사해준다. 자연스레 붐비는 출퇴근 시간의 이동은 드물어지고, 미팅을 위해 다른 회사의 사무실에 방문할 때도 평일 오후 시간에 한가하게 지하철에서 앉아서 책을 읽으면서 갈 수도 있다. 심지어 한 번씩 미팅을 다녀오면 기분이 리프레시될 때도 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사무실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또 무한대로 게을러질 여지를 주기도 한다. 아침 회의를 위해, 바쁜 옆자리 동료에 의해, 상사의 시선에 의해 나도 모르게 때로는 매우 가혹하게 갖게 되는 긴장감을 나 스스로 갖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그렇게 의지가 강한 동물이 아니고 '5분만 있다가 할까' 라거나 '오늘은 건너뛸까'와 같은 생각들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작업실 1. 집



일단 가장 기본적인 1차 작업실이 되는 곳은 바로 집이다. 집은 생활공간이 되고 동시에 업무공간이 되어준다. 책상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식탁에서 일한 적도 있고 소파에서 일한 적도 있다. 가끔은 침대에 누워서 노트북을 펼친 적도 있다. 안 좋은 점은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늘어짐과 집중력 문제다. 집안에 널브러진 살림살이를 보고 있자니 정신이 혼미해 지기도 하고, 치우지 않은 설거지거리라도 있으면 속이 답답해서 일을 시작할 수가 없다.


나는 처음에 거실 한편에 작은 책상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내 작업 공간으로 쓰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거실에 tv를 없애버리고 식탁으로 쓰던 다용도 테이블을 내 작업용 책상으로 꾸려 공간을 재구성했다. 책상에 앉아있으면 거실과 주방까지 온 집안이 다 보이긴 했지만, 공간의 구획을 나눠놓은 덕분에 약간은 다른 공간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한 덕에 나는 방 하나를 아예 작업실로 꾸밀 수 있게 되었다. 가장 구석탱이 벽 앞에 내 책상을 두었고 바로 옆에 책장을 놓았다. 프린터기, 수납장 등 최소한의 물건만 갖춰놓은 나만의 사무실인 셈이다. 어차피 같은 집이지만, 이곳에 들어서면 나만의 동굴에 입성한 기분이 든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내려 작업실에 출근해 나만의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은 꽤 짜릿하다.










작업실 2. 카페



모든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또 하나의 작업실이 되어주는 공간인 카페. 요즘은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카페는 집에서 너무 늘어지거나 내 작업 공간이 지겨울 때 한 번씩 종종 찾게 되는 '차애 작업실'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곳에서 미팅을 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스타벅스를 애용한다. 넉넉한 자리와 콘센트, 눈치 볼일 없는 공간의 분위기와 적절한 음악도 물론 중요한 이유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어딜 가든 비슷하게 유지되는 매장 컨디션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듯한 유대감이 내가 스타벅스에 가서 일을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스타벅스의 손님 구성비는 혼자 공부하는 학생, 일을 하는 노마드족, 몇몇의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점심시간만 피하면 대부분 적당한 데시벨이 유지된다. 나와 비슷하게 무언가 일을 해보려고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도 얼른 해야지'라는 마음의 다짐을 갖게 된다. 이는 적당히 자유롭고 적당히 일을 할 수 있는 긴장감을 만들어 준다.


물론, 스타벅스만 가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가 가장 익숙한 공간이라서 오히려 지겨워질 때는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 카페를 간 적도 있다. 물론, 스타벅스만큼 오랜 기간 앉아있기가 미안하고 콘센트가 충분하지 않아 보통은 노트북을 풀충전해서 가져가 꺼지기 전에 돌아온다. 주로 일이 없을 때나 잠깐 책을 읽어도 될 정도로 일이 바쁘지 않을 때 구상을 하기 위한 공간으로 애용하는 편이다.










작업실 3. 공유 사무실



점점 늘어만가는 디지털 노마드족들이 더 이상 카페를 전전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공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공유 사무실. 국내에서는 위워크(wework)의 진출이 본격적인 신호탄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다양한 형태의 공유 사무실이 제안되었고 그 숫자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만큼 무언가 해보려는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프리랜서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나도 관심이 많아서 여럿 찾아보았지만,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일단 비용 문제다. 나의 수입은 일정치 않지만 가차 없이 고정적으로 생겨나는 공간에 대한 지출. 더 좋은 공간과 쾌적한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큰 액수의 부담이 필요하다. 비싼 곳은 거의 월세를 내야 하는 수준이라서 알아보다가 그만두었다.


어느 작은 출판사에서 책상 몇 개를 내어주고 자유롭게 와서 일할 사람을 모집한 적이 있다. 그들의 남는 공간을 활용도 하면서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이면 좋을 것 같다는 의도의 방안이었던 것 같다. 비용이 매우 적었기 때문에 나도 문의를 해보았지만, 인원이 다 차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들과 함께 성수동의 공유 사무실을 며칠간 경험한 적이 있다. 비교적 비용이 합리적인 곳이었고 신청을 하면 무료로 체험해볼 수 있다고 해서 나 같은 노마드족들과 함께 그곳을 방문했다. 심플하고 모던한 공간 구성과 카페 같은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맘에 들었다. 입구에는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도 있었고, 커피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었다. 물론 맛은 보리차 맛. 미팅룸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면 조금 더 큰 미팅룸에서 회원이 직접 클래스를 운영할 수도 있었다. 카페와 사무실을 섞어놓은 듯한 공간이었다. 작은 방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고, 창가를 바라보며 일을 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조용하게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좋았고, 흘끗 곁눈질로 보다가 나처럼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기도 했다. 라운지 공간에서는 작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공유 사무실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기회가 되면 협업도 할 수 있는 인맥을 쌓는 것을 기대한다.


아무튼 내가 경험했던 그 공유 사무실은 맘에 드는 곳이었는데, 집에서 멀다는 점과 여전히 비용 문제가 망설여져 가입하지는 않았다. 다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내부 사정으로 인해 업무를 종료했다고 한다. 공유 사무실도 운영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텐션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실 만들기



프리랜서가 지속적으로 텐션을 유지하려면 둘 혹은 셋까지 작업실을 두고 있는 게 좋은 듯하다. 그게 집이든 카페이든 다른 어떤 곳이든.


기본이 되는 1차 작업실을 집에 둘 수 있으면 좋고, 작업방이 따로 있고 그 방이 거실, 주방과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 좋다. 지나치게 인테리어를 많이 하거나 소품을 늘어놓기보다는 심플하고 일하기 좋은 공간이면 된다. 그리고 집 근처에 일하기 좋은 카페 하나 둘 정도 알아놓으면 좋다. 나는 일할 때 책의 도움을 받는 일이 종종 있어서 동네 도서관도 이용하는 편이다. 가끔 책 읽다가 졸 때도 있지만.


일의 특성이 다 다르겠지만, 노트북 세상 안에서만 일하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 직접 눈으로 경험하고 보는 것이 작업실에서 일하는 시간보다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작업실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이 능사는 아닌 듯하다. 예전에 회사에서 일할 땐, 책상 앞에 앉아서만 일하는 것을 '엉덩이 리서치'라고 불렀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고 일한다는 뜻인데, 워낙 일이 많고 야근이 잦아서 엉덩이 리서치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게 안 좋은 것 알면서도 계속 비효율의 시간을 책상에서 보냈던 거다.


이제 작업실을 선택할 만큼의 자유가 생긴 만큼 나 스스로의 책임과 텐션이 가장 중요한 작업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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