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과 연대, 그 모든 관계들에 대하여

by 흔적



프리랜서의 동료는 누구인가.



프리랜서에게는 직장 동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매번 다른 회사와 일하고 그때그때 협업하는 동료도 달라진다. 그래서 오히려 직장인보다 더 인맥이 중요하다. 맨땅에 헤딩하듯 일을 구할 때도 있지만, 정말 쉽지 않다. 대부분 이전 직장에서의 경험과 인맥에 의해 좌우된다. 그래서 신입일 때부터 프리랜서를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 일을 소개해 줄 동료도 가르쳐줄 상사도 존재하지 않으니. 물론, 요즘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프로젝트 공모와 협업이 활발해졌으니 그나마 예전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


나 역시 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팀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기회에 큰 프로젝트를 몇 개 진행할 수 있어서 나름 희망차게 성취감을 느끼며 프리랜서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일이 원하는 대로 연이어서 들어오지 않기 시작하자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을 구해야 할 지도 막막했다. 특히나 내 일은 개인적으로 오더를 받아서 진행할 수 있는 형태라기보다는 팀으로 움직여 기획과 분석을 진행하던 컨설팅의 형식이 대부분이었기에 완전 신입도 그렇다고 임원급도 아니었던 애매한 나의 경력으로 일을 따낸다는 것은 더더욱 애매한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돈만 쓰며 놀 순 없으니, 이런저런 프로젝트 일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구직사이트에 올라온 단발성 프로젝트에 지원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면접을 보고 두 번의 프로젝트를 연속으로 진행하게 되었고 난생처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었다. 고군분투하는 사이에 전 직장 사장님, 전 직장 사장님의 아는 후배, 상사의 인맥 등등으로 인해 연락이 오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좀 더 고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돌이켜보면, 이전 직장 경력으로 만들어낸 인맥들로 하게 된 일들이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아니 거의 전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직장 다닐 때 너무 일 그 자체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좀 더 동료들과 친목을 다지는 데 애썼다면 지금 프리랜서 생활을 하는 데 더 수월했을까.










느슨한 연대



아무리 사회생활을 통해 만난 인맥이 중요해도 그들만 믿고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제 누가 어떻게 일을 줄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나의 경우에는 기존 업계에서 일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간절했기에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선회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사실 새로운 길은 아직도 찾고 있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군분투 중이다.


추상적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함께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고 고민하는 동료가 필요하다. 같은 회사 안에서 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나와 추구하는 방향과 뜻이 맞으리란 법은 없다. 다행스럽게도 나에게는 직장에서 만난 같은 팀의 선배 J가 그런 사람이라서 많은 고민을 함께 이어갈 수 있었다. 반은 동료처럼 또 반은 친구같은 관계로.


선배 J와 함께 사업을 하면 어떤 모델이어야 할까. 꽤 오랫동안 여러 번 고민했다. 서로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하지만, 명확한 비지니스 모델 없이 둘 다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요이땅하고 시작하는 건 너무 무모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주저하고 망설이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갔다. 함께 일을 하려는 건지 취미로 끝내려는 건지 그 경계선이 불분명해 스스로 혼란스럽기도 했다.


많은 길을 돌아와 깨달았다. 결국 각자의 길이 있는 거고 우리에게 중요한 건 반드시 같은 울타리에서 일을 한다 안 한다가 아니라 '느슨한 연대'라는 것을. 각자의 몫이 있고 때에 따라 함께 뜻이 맞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위해 뭉치는 유연한 관계가 바로 느슨한 연대가 아닌가 싶다. 이런 관계들은 각자의 독립성을 추구하면서도 협업을 더 활발하게 만들기에 더 많은 기회와 잠재성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내게 필요한 건 나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독립인 동시에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열린 마음가짐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sns를 통해 각자의 글을 공유하면서 모임으로 발전한 인맥도 있다. 선배 J와 나는 이들과 또 다른 느슨한 연대를 맺게 되었다. 이들은 모두가 직업도 분야도 일하는 방식도 다르지만 각자의 삶을 고민하면서 다양한 길을 모색한다. 얼마 전부터 이 느슨한 연대 중 한 명인 경아님(@1390619)은 '유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비슷한 또래들에게 죽음에 관해 인터뷰하고 유서를 써보는 작업인데, 의미 있는 일에 나도 끼워주셔서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독립출판까지 계획 중인데, 부디 무산되지 않기를 바라고 이 프로젝트의 완성을 꼭 보고 싶다.


'느슨한 연대'를 통해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것은 없지만, 이런 식의 커뮤니티가 앞으로의 삶을 지속하는 데에는 기존의 사회 인맥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예전에는 인맥을 어릴 적 학교 친구와 사회에서 만난 사람으로 구분했지만, 이제는 다른 기준을 세워야할 것 같다.










새로운 관계 맺기



앞으로 나의 계획은 천천히 새로운 기회들을 모색하며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이다. 꼭 일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사람이 가진 생각과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그 자체로 영감이 된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


sns를 통해 만난 인연들과의 만남을 지속하게 되면서 sns에 대한 나의 생각도 바뀌었다. 알 수 없는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이 때로는 소모적일 수도 있지만, 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을 알아가기에 오프라인의 현실보다 더 수월할 때도 있다. 관심사가 비슷하고 좋은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로의 발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때때로 느슨하게 흩어졌다가 취향에 따라 모이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친구이자 동료를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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