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서 임신 27주 차. 7개월의 임산부가 되었다. 내 몸도 딱 그만큼 변화되어 있다. 마음은 감출 수라도 있지. 몸보다 솔직한 건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배가 꽤 나왔고 체중계 위에 올라갈 때마다 몸무게가 차근차근 늘어가고 있다. 처음 경험해보는 숫자를 눈으로 확인할 때면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안심과 함께 이게 전부 나의 무게라는 실감에 낯설고 불안함이 엄습한다.
사실 평균으로 따져봤을 때 살이 많이 찐 편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임산부 주수별 증가표'를 보면 임신 전 몸무게보다 7-8kg 정도 증가하는 게 정상이라고 하는데, 나는 임신 전에 비해 3kg가 증가한 상태다. 언뜻 보면 별로 안 찐 것 같지만 워낙 심했던 입덧으로 인해 7kg이 감량되었다가 그 이후로 10kg이 증가한 것이기 때문에 꽤 빠른 속도로 몸무게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안 그래도 배가 꽤 나왔다. 이제 누가 봐도 임산부 같은 D라인을 완성해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외출을 하려고 신발을 신는데 허리를 숙이는 일이 잘 되지 않아 당황했다. 하필이면 구둣주걱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아 결국 남편에게 신발을 신겨달라고 했다. 배가 눌리고 아파서 떨어진 물건을 주울 수도 없는 신세라니.
임산부라서 겪게 되는 이 당연한 일들을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이중적인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당연하지 않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 평생 처음 겪어보는 일들이고 임신이 아니었다면 절대 겪을 일 없을 몸의 변화들. 자연스러운 거라지만 나 스스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부분들이다.
무조건 기쁘게 받아들이라는 말은 정말 별로다. 불안을 증폭시키고 싶은 건 아니지만, 기쁘면서 동시에 불안한 이 마음을 어째서 억누르란 말인가. 그렇게 나를 세뇌하고 싶지는 않다. 그 어떤 여행기보다 다이내믹한 여정을 시작한 사람에게 모든 걸 그저 수행자처럼 받아들이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이보다 더 큰 경험을 나는 아직까지 해본 적이 없다.
얼마 전부터 틈만 나면 남편에게 입버릇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나 배불뚝이야."
"나 점점 살찌고 있어."
투정처럼 내뱉는 말에 남편은 괜찮다고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나를 다독인다. 아이를 낳고 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그래 나도 알고는 있어. 그래도 그냥 그렇다는 거야.
"배꼽이 점점 튀어나오고 있어."
이 말도 달고 산다. 배가 팽팽해지면서 깊은 배꼽 주름이 펴지고 점점 바깥세상을 구경하려고 한다. 인체의 신비를 몸소 느낀다. 이러다 막달이 되면 완전히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배가 풍선이라면 공기로 가득 차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데, 앞으로 3개월은 더 팽창될 일만 남았다니. 이러다 진짜 터지지 않겠지.
"무거워서 허리 아파. 잠깐 나 대신 뱃속에 넣고 있어 줄래."
우스갯소리지만 진심이기도 하다. 고정된 자세로 2-30분만 있어도 금방 허리가 아파온다. 허리에 무거운 물건을 차고 24시간 내내 생활하는 셈이니 허리에 무리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 외출해서 많이 걸어 다닌 다음 날은 집 안에서 짧게 돌아다니기만 해도 골반에 통증이 느껴진다. 점점 커지는 아기가 내 위를 누르는 것인지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가 차오르고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잠시만이라도 남편 배에 맡겨놓고 싶은 심정이다.
이 모든 걸 견뎌야 엄마가 된다니. 맙소사.
툴툴대는 것 같아도 실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영양제를 사면 먹기 귀찮아서 항상 남기고 버렸던 내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철분제를 먹고 있다. 건조한 겨울에도 샤워 후 바디로션 바르는 게 세상 귀찮은 일이었지만, 튼살크림만큼은 빼먹지 않고 바른다. 다이어트는 게을러서 못했어도 두 달째 아침 요가는 절대 빼먹지 않고 있다. 미각을 잃은 사람처럼 모든 음식이 맛없게 느껴지지만 열심히 먹는다. 내가 먹는 게 곧 아이의 영양분이니, 몸에 좋은 음식들을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한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입맛이 없었던 적도 없지만 이렇게 성실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온 마음을 다해. 다만 느껴지는 것들을 숨기거나 거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표출하고 생각하고 의문을 갖기도 하면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은 몸의 변화와 함께 크나큰 내적 갈등을 요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