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시 선택하는 계절

by 수수

난자동결 1차를 마쳤다.
AMH 0.19는 극난저다.
이정도 수치라면

뽑아도 "공난포일 수도 있다"고 했다.


과배란주사 후 3개의 난포가 생겼다.
내 나이 또래는 보통 7~10개가 생긴다 하니,

어떤 사람은 3개로는 절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감사했다.

아는 언니가 나보다 한 살 어렸을 때

AMH 0.22로 나왔는데,

난자동결을 할 때마다 2개가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하나만 나와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3개 모두 공난포가 아니었고,
3개 난자가 무사히 동결되었다.
등급은 '상' 2개, '중' 1개.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물론 이 난자들이 배양과 수정, 착상까지

잘 견딜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첫 결과로 "3개, 전부 동결"이라는 말은

내게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최소 25개 난자를 확보할 때까지

가능한 한 계속 시술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 채취는 2달 후다.


병원마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회복을 위해

2개월 간격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난소기능저하 판정을 받았을 때,
수치가 사실상 '불임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처음엔 패닉이었다. 그다음은 두려움.
그리고 어느 순간,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7월 9일생, 어제로서 만 37세다.
하지만 솔직히,
스스로의 생활은 마치 48세와 다름없었다.
그런데 48세 난소가 나왔다고 울다니—
양심에 아주 털이 부숭부숭하게 났다.


나는 매일 아침 6시 35분에

회사 셔틀을 타고 출근한다.
7시 20분, 사무실 도착.
점심시간과 짧은 티타임 외에는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의 업무량이다.
퇴근 후 다시 셔틀, 그리고 환승,
집에 도착하면 바로 눕는다.

그 전에 방송국에서 근무할때는

하루에 4시간 정도 수면하는 일도 잦았다.


운동이라고는 출퇴근 길에 걷는 것과,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아이스하키가 전부다.


피부과엔 다녔다.
피부를 건강히 유지하기 위해서.


하지만 내 속사정—특히 난소 상태를—
들은 적은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20대에는 60kg대였다.
30대 초반이 되자 60~70kg대 초반으로 유지됐다.
그러다 30대 중반 이후, 70kg대 후반~80kg로 진입했다.
"헐, 여자가 그만큼이나?" 할 수도 있지만
키가 178이니까.
그렇지만 나는 그것이

난소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난소기능저하 진단을 받을 당시 체중은 85kg였다.


이후, 난자동결을 진행하는 2주를 포함해

6주간 5kg을 감량했다.

그리고 지금도 지속 중이다.
예전 같았으면 '예뻐지기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는
언제나 중간에 의지를 잃고 실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6주나 지속된 이번 다이어트는

내게 큰 성취다.


이번에는 정말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긴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유가 다르다.




요즘은 난소에 좋은 것들을 계속 찾아본다.

비타민 D 결핍과 수면 부족은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나는 늘 잠은 많았지만,

밤에 눕기만 하면 피곤한 하루를 보상하듯

유튜브와 인스타 쇼츠를 보다

잠드는 버릇이 있다.

이제는 10시 30분에는

무조건 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꼭 한 시간씩 걷고,

스쿼트와 팔 들기 운동으로 순환을 시킨다.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피가 돌면 자궁과 난소에도 혈류가 많아져서

나쁜 것들도 배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물을 많이 마시기.

이것도 작은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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