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비밀로 주사를 맞는다는 것

by 수수

주사약을 처음 배에 주입한 날, 뭔가 배가 팽팽해지는 느낌이 들었었지만 2차 검진에서 초음파를 보던 의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배를 눌러봐도 난포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의아해하며 기록을 넘겨보더니 말했다.

“고용량으로 들어갔는데도 이런 반응은 드물어요.”

갑상선도 정상이었고, 항암 이력도 없고,

특별한 가족력, 병력도 없었다.

그러니 더 의외였다.


결국 약의 종류와 양을 늘리기로 했다.

주사 바늘의 숫자가 하루하루 늘어난다.




문제는,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부모님께 비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이 살고 있으니 냉장고도 공유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걸 꺼내놓고 설명할 수는 없다.

우리 부모님은 좀 보수적이고,

저번에 말했을 때도 그랬지만 대수롭지 않게 보신다.

“그런 수치는 괜찮아질 수 있지” 라며

그냥 말을 안 듣는다.

그게 방어기제일 수도 있고,

그냥 그분들의 세대가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내 주사 약은 김치냉장고 안,

말린 표고버섯 봉지 뒤에 모셔뒀다.

그나마 손이 잘 안 가는 공간이라 다행이기도 하고

예전에 처방받고 부작용으로 안 쓰는

삭센다가 있는 곳이라 눈가림이 가능한 곳이다.


주중에는 회사 냉장고에 넣어둔다.

이름만 써 놓으면 누가 열어보지 않으니까.

회사에서 주사 맞고 퇴근하는 루틴이 나름 괜찮았다.

주말을 제외하곤 거의 그렇게 지냈다.


병원도 자주 가야 한다.

피검사, 초음파, 주사 반응 체크, 다음 스케줄 조정…

4일에 한번, 많으면 이틀에 한번.

회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정기검사를 받고 있다’고

해뒀지만, 솔직히 나도 그 핑계가

너무 잦아졌다는 걸 안다.


미혼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 과정을 누구에게 설명하긴 더 조심스러워졌다.

이건 꼭 숨겨야 할 일인가,

말하면 이해받을 수 있을까,

이해받지 못해도 말해도 되는 걸까.


물론, 다행인 건 있다.

복수가 차지도 않았고, 심하게 아프지도 않았다.

내 몸은 아직, 버텨주고 있다.

그만큼 반응이 약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SNS에서는 복수 차고, 걷지도 못하고,

배에 멍들고, 눕지도 못했다는 후기를 많이 봤다.

주사 자국이 너무 많아서 나중엔 어디에 찔러야 할지 몰랐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나는 생각보다 괜찮다.

주변 사람들 모르게 하는 게 어려운 거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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