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동결 시술때 예상 외로 힘들었던 것 2

by 수수

난자 동결 cycle을 한 차례 돌면서

마음의 준비를 한 것들이 꽤 많았다.

난자 채취에 따른 통증, 과배란 주사의 부작용,

그리고 호르몬 변화 같은 것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고,

마음의 준비도 나름 되어 있었다.

실제로 겪어보니 힘들긴 했지만.


근데 정작 예상 범위 밖에서 나를 괴롭힌 건,

얇디 얇은 내 혈관이었다.

작고 얇고 숨어버리는 나의 혈관들이

수면마취를, 채혈을, 시술의 모든 시작을

가로막을 뻔 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채혈이 어려운 혈관을 가지고 있었다.

20대 건강검진 때부터도, 팔에서 혈관이 안 잡혀

결국 발등에서 피를 뽑은 경험이 있다.

그때는 발등에서도 피를 뽑을 수 있나 보네

신기하고 웃겼지만,

지금은 그것이 의료 시술의 생명선이 되는 상황에

반복되고 있어 큰 고민이다.

얇은 혈관은 유전으로, 엄마도 동일하다.

채혈이나 위내시경용 마취주사,

수액 한 번 맞을 때마다 팔과 손등은 멍투성이가 된다.



난자 채취 시술 전, 수면마취를 못 맞을 뻔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난포 터뜨리는 주사(트리거 주사)를 맞고

정확히 36시간 뒤, 시간에 맞춰 병원에 도착해야 했다.

수면마취 후 난자를 채취하는 시술.

수면 마취를 하는 것은 필수는 아니나, 추천된다.

깨어 있는 상태로 난자 채취를 하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엄청나게 아프다.


의사도 말했다.

“수면 없이 난자를 채취하면,

거의 유산과 유사한 수준의 통증이에요.”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병원에 도착하면서부터

손바닥 펌핑 운동을 40분 넘게 했다.

혈관이 부풀기를 바라며.

그럼에도 막상 주사 바늘을 꽂을 때가 오자 간호사는

“아… 혈관이 정말 안 보이네요.”라고 했다.


채혈이나 마취 주사가

1~2분 만에 끝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가장 숙련된 간호사 선생님이

25분 넘게 팔을 만지고 찔러보다

간신히 핏줄을 찾을 수 있었다.

한번 찔러도 바늘을 이리저리 비튼다.

그렇게 내 양팔과 손등에 든 멍은 총 다섯 개.



그날 이후 다짐했다.

다음번 난자 채취 시술에서는

여러 번 혈관을 찾지 않게 만들어야겠다고.

얇은 혈관이 보이지 않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아래는 가장 현실적인 개선 방법이다.


수분 섭취: 하루 1.5~2리터의 물을 채혈 전날 ~ 시술당일 아침까지 꾸준히 마셔야 한다.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량이 줄고, 혈관은 수축된다.

유산소 운동: 걷기, 수영, 자전거 같은 꾸준한 유산소운동은 혈류량을 증가시켜 혈관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지게 도와준다.

체지방 감량: 살이 많다고 혈관이 안 보이는 건 아니지만, 과한 피하지방은 혈관을 더 숨기기도 하니 일정한 체중 감량도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



9월이면 2차 난자 채취 시술이 예정되어 있다.

다음번의 수면마취와 채혈의 어려움이

조금은 나아졌으면 좋겠다.

모든 일에는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이번 기회에 또렷이 체감했다.

준비 없이는 아무것도 순조롭지 않다는 걸

이렇게 또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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