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듣는다는 일의 난이도

by 수수

나이가 들수록 ‘그냥 듣는다’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스무 살엔 친구가 무모한 결정을 해도,

“그래도 재밌겠다”라며 웃어넘길 수 있었다.
서른 여덟이 되면 그게 안 된다.


경험이 쌓이고, 가치관이 자리를 잡는다.
그러면 상대의 행동이

단순한 ‘다름’이 아니라 ‘위험’으로 보인다.
그 사람이 자신을 망가뜨릴 게 보이고,
그게 결국 주변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게 예측된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말리고 싶고, 고쳐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관계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건 간섭으로 들린다.

그래서 요즘은 배우고 있다.
‘판단은 내 안에서만 하고,

말은 최소한으로 하는 법’을.
무관심이 아니라, 존중의 형태.
상대의 삶에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그가 무너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품는 일.


그냥 듣는다는 건, 사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건 감정의 절제이자, 관계의 품격이다.
하지만 어쩌면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바로 그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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