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한 훈련

2번째 보존의 기록

by 수수

두번째 난자 보존의 첫날은 간호사가 직접 섞어준 약을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맞았다. 준비된 걸 그냥 맞기만 하면 되니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둘째 날부터는 내가 직접 해야 했다. 동영상도 보고, 메모도 확인했지만 막상 주사기로 약을 빼려니 손이 자꾸 굳었다. 허둥대다가 약을 조금 흘리기도 했다. 결국 “아 어떡하지” 하면서 남은 것만이라도 맞아야 했다.


주사를 맞자, 몸의 무게가 달라졌다. 아랫배가 묵직해지고, 안쪽에서 뭔가가 시작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둘째 날 이후로는 그 묵직함이 더 확실해졌다. 단순히 더부룩한 것이 아니라, 안에서 본격적으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한 낯선 압력. 평소와는 다른 무게가 몸 안에 걸린 듯, 새로운 리듬이 생긴 것 같았다.


셋째 날에는 그 감각이 한층 뚜렷해졌다. 난소와 자궁 쪽이 빡빡하게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가루약 주사는 크게 아프지 않았다. 맞기 전 아이스팩을 대면 약이 들어가는 느낌조차 거의 없었고, 아이스팩이 없어도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아픔이 와도 잠깐 스치듯 지나가 금세 잊혔다. 오히려 가루약이라 회사에서 맞기도 편했다.


다섯 번째 날 주사를 맞을 즈음, 아랫배는 점점 더 단단히 조여들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병원에서 확인한 결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의사는 약을 더 써야 한다고 했다. 내가 느끼는 압력과 실제로 보이는 결과가 이렇게 다르구나 싶으니, 순간 마음이 툭 꺾였다. 자꾸 “안 보인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 혼자 일희일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약을 더 써봤지만 채취 전날 다시 보니, 결과는 달랐다. 초음파에서는 난포가 왼쪽에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 순간 기운이 쭉 빠졌다. 분명 오른쪽도 아픔이 느껴져서 뭔가 자라고 있다 생각했는데. 왼쪽에 잘 자란 하나의 난자도 공난포일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결과가 어떻든,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내 몸이 보여주는 작은 반응 하나에도 희비가 갈리지만, 결국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길이다.


혹시라도 내가 언젠가 아기의 엄마가 된다면, 그때도 일희일비하며 흔들릴 수는 없을 테니까 지금부터 마음가짐을 단단히 준비해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오늘은 채취날이다. 선생님이 말했던 대로, 하나의 난포가 나왔다. 좋은 질이었고 성숙해서 동결을 진행했다. 남들은 내 나이에 7-10개가 나올 동안 하나라니. 일희일비 하지 않기로 했지만 씁쓸하다.


그래도 공난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하나 더 얼렸으니 이제 4개를 보존했다. 두달 후 다시 또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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