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풍경이 알려준 것
싱가포르에서 온 언니인 친구와 함께 한옥 스테이를 갔다. 여행이라기보다는 잠시 쉬러 간 느낌에 가까웠다. 한옥은 조용했고, 방 안에는 동그란 창이 하나 있었다. 누워 있으면 마당과 댓돌이 그대로 보이는 구조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안경을 쓰지 않은 상태였다. 시력이 좋지 않아 창밖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마당이 전체적으로 하얗게 보여서 순간 눈이 온 줄 알았다.
전날 밤 눈 예보가 있었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말했다.
“눈 온 것 같아.”
옆에 있던 친구는 아니라고 했다.
안경을 쓰고 다시 보니, 그건 눈이 아니라
하얀 댓돌과 마당에 깔린 자갈이었다.
잠깐 머쓱했지만, 이상하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눈이 온 건 아니었지만,
눈이 왔다고 믿었던 그 짧은 착각이 오히려 좋았다.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세상을 너무 정확하게만 보려고 했던 게
아닐까. 틀리면 안 되고, 헷갈리면 안 되고,
모든 걸 바로 확인하고 판단하려고만 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요즘 내가 조금 지쳐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정확하지 않아도 되고 굳이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장면을 내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안경을 벗고 본 세상은 흐릿했지만,
어떤 것들은 정확히 보지 않아도 괜찮고,
그대로 흘려보냈을 때 오히려 더 편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