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고차원적인 지능은 무엇일까?
똑똑하다는 것은 어떻게 측정할까? 가장 흔하게는 IQ 점수를 보는 방법이 있다. IQ(Intelligence Quotient) 또는 지능점수란 지적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로, 인간의 인지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기억력, 계산 능력, 공간 인지 능력, 언어 능력 등을 종합하여 수치화한 점수로 대표적으로 웩슬러 지능검사와 멘사에서 시행하는 지능검사가 있다. 흔히들 "똑똑하다 = IQ가 높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EQ라는 것도 있다. EQ는 emotional quotient의 약자로 감정 지수라고도 불린다. 참고로 EQ가 높은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다룰 수 있어서 오히려 남들이 말하는 "감정적"인 것과는 반대다. 개인적으로 IQ가 높은 사람보다 EQ가 높은 사람이 훨씬 똑똑하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EQ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거나 시험하기 어려운 부분 때문에 교육과정에서 이에 대한 중요성이 필요한 만큼 강조되지 않고 있다.
우연히 한 유튜브를 봤다. 당시에 민희진이 어떻게 하나의 기자회견으로 여론을 뒤집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인간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스토리텔링을 잘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의사들은 과학자들이기 때문에 논리와 증거(evidence)로만 일반 사람들을 설득하려 든다. 그리고 대부분 큰 공감을 얻지 못한다. 그 유튜브 분석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우리 의사들은 똑똑한 걸까?
"그 뉴스 봤어? 수능 만점자가..."
교수회의 시작 전에 모인 자리에서 한 교수님이 나와 은설이를 향해 말하셨다. 은설이는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들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봤어요... 너무 끔찍해요. 어떻게 사람을 찔러 죽일 수가 있지..."
"걔가 의대생이었다며? 정말 충격적이야. 그런데 수능 만점이라니 참. 똑똑하다고 다가 아닌 것 같아."
"흠.. 저도 어제 그 뉴스 보고 생각한 것이 있는데요."
나는 조심스럽게 그 뉴스를 보며 어제 들었던 생각을 꺼냈다.
"우리나라 교육이 너무 IQ만 중시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점점 IQ는 높지만 EQ는 떨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이기적이고 손익만 따지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을 못 하고. 감정적이라고 EQ가 높은 게 아니고 그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게 EQ인데... 사실 인간은 애초에 쉽게 선동되고 감정적인 동물인데 말이죠. 우리 의사 집단은 IQ가 높은데 EQ가 좀 낮은 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
"교육의 문제일까요? 의사 집단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요즘 우리나라 사회 전반적으로 비슷한 거 같아요."
은설이의 말에 나도 동감하면서 끄덕였다. 암기와 계산만 중요시하고 자신은 절대 손해보지 말라며 경쟁하라고 부추기는 잘못된 교육과정의 결과가 슬슬 사회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한 교수님이 추가로 말했다.
"근데 교육으로 그걸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교육으로 어떻게 EQ를 가르쳐."
나는 그 말에 정말 의아하다며 교수님을 쳐다보았다. 그럼 그동안 도덕과정은 무엇이었고 타인에게 배려하고 양보하라는 학창 시절 가르침은 무엇이었는지...
"당연히 가르칠 수 있죠. 외국 교육과정에는 아예 수업이 따로 있을 정도로 협동심을 강조하는걸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적으로 그런 수업을 들어야 하고요. 고등학교 때 팀 프로젝트도 얼마나 많았는데요."
"흠 맞아요 해외 고등학교 교육과정엔 팀 발표나 에세이로 시험을 대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마치 대학에서 하는 것들을 고등학교 때 미리 경험하고 배우죠. 근데 의대는 의예과 때 그나마 그런 교양 수업을 잠깐..? 아니 사실 의예과 때는 노느라 바쁘고 본과 오면 다시 암기의 늪에 빠져서 그런 것을 배울 틈이 없는 것 같아요. 의료윤리나 도덕도 암기로 시험 치고요."
은설이도 유학 경험이 있어서 내 말에 동조해 주었다. 교수님은 '그런가?' 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다지 공감하지 않으시는 눈치였다.
"우리... 의사 집단에는 두 종류의 특이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복강경 수술을 하는 중 심심해져서 스크럽(scrub, 소독간호사)에게 말을 건넸다. 수술 중에는 어려워서 집중이 필요한 구간이 있는 반면 위험하지 않고 꽤나 지루한 구간도 있다. 수술 실력이 늘고 같은 수술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후자가 대부분이 된다. 장거리 운전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신경 써야 하는 구간이 있는 반면 차가 막히고 따분한 구간을 지날 때는 오히려 졸리고 무료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럴 때 차라리 음악을 듣거나 말을 하는 것이 집중력에 도움 되는데 수술도 마찬가지다.
집도하고 있는 나보다 몇 배는 더 지루해하고 있던 스크럽은 멍하니 복강경 화면을 바라보다 내 목소리를 듣고 귀를 쫑긋하며 내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하려던 말을 이어서 했다.
"한 종류는 ASD(autism spectrum disorder)... 자폐스펙트럼 계열이고 나머지 종류는 ADHD계열이에요. 아. 절대로 실제 자폐증이나 ADHD 환자들을 조롱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에요. 그냥 이 두 집단의 사람들이 그들과 비슷한... 뇌 기전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
스크럽이 끄덕이자 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대부분이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좀 독특하며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을 자주 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맞네요 맞아! 그런 사람들 있어요. 우리 간호부에도 있죠."
"이 사람들의 특징은 감정에 대한 이해도나 공감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디테일을 캐치하지 못하죠. 그리고 언어와 목소리 톤 또는 섬세한 얼굴 표정을 이용해 감정을 표현하고 그걸 이해하는 능력이 약해서 우리 일상 대화 속 은유나 돌려 말하는 것들을 이해 못 하죠. 중요한 핵심이나 큰 줄기보다는 작은 디테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근데 spectrum처럼 이런 경향이 심한 사람도 있고... 좀 덜한 사람도 있는 거죠. 어쨌거나 EQ가 부족한 편이에요."
"와... 진짜 맞는 말 같아요."
"의대에 특히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이런 사람들이 더 "똑똑하다"라고 평가했던 것이겠지.
"그럼 그 다른 분류는요?"
"아 ADHD계열이요? 그건 예시를 들면 바로 와닿으실 텐데..."
두 사람의 이름을 댔더니 바로 이해했다는 듯이 스크럽은 웃었다. 이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어서 나도 함께 웃어버렸다. 그 웃음 속에는 약간 찔리는 마음도 있었는데 나도 굳이 따지자면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수술실 뒷담화는 금방 퍼지니 조심해야 해서 이 선에서 적당히 마무리했고 어차피 재미있으라고 가볍게 한 말이니 그 목적은 달성했다. 지루한 구간을 지나 수술은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 의대-의사 집단에만 속해있기에 다른 집단과 비교하기가 어렵지만 내 주변에... 특히 대학교수까지 하는 사람들 보면 하나같이 비상하게 돌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면이 없었다면 여기에 남기 힘들었겠지? 그래도 개인적으로 EQ는 매우 중요하다. 교육과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협동심을 키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을 것 같다. IQ와 달리 EQ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고 해서 바로 당장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이 사태가 지속되다 보면 점점 더 사람 사는 곳 답지 않은 나라가 될 수도 있다.
대학생 때 동기 남자애한테 요즘 사람들이 너무 이기적으로 구는 것 같다고 했더니 돌아왔던 대답이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
"왜? 난 이기적인 것은 좋다고 생각하는데? 손해 안 보고 자기 걸 잘 챙긴다는 뜻이잖아."
이처럼 이기적인 것이 자랑스럽게 여겨지는 사회는 안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