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가늘게 나온 사진이 생기면 오래 쳐다봅니다. 14년 전부터 생긴 눈길이기도 하지요. 지금보다 10킬로가 더 살이 붙어있던 저는 유독 손가락이 통통했습니다. ‘그만 먹어라’라는 말을 하루에 몇 번씩 들었지만 전 제가 살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무게가 나가는 것일 뿐. 그렇지만 청바지 라인이 더 직선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방학 때마다 다이어트를 했었습니다. 방학이 되면 늘 3-5킬로를 빼고는 학교로 돌아갔는데 어떤 한 선배가 제 손을 보더니 “보통 살이 빠지면 손가락이 가늘어지지 않나?”라고 말을 던졌습니다. 늘 애정 섞인 놀림을 당하던 저라 성질 팍 한 번 내고는 말았는데요. 이상하게 그 말 한마디가 지금까지도 남아있더라고요. 그 선배를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 지금까지 연락하는 사이도 아닌데도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그때 당시에 속을 푹 찔렸던 게 저도 모르는 ‘살을 빼지 못한 수치심, 자격지심 때문이었을까?’ 되뇌어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단 말이지요. 그냥 우연히 스친 말이 그날의 분위기와 기분에 더 날카로워졌을 겁니다. 그 선배에게 가진 불만 같은 것도 섞여있었을 거고요. 이것이 갖은 변명처럼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어쨌든 그 이유와 비춤에는 더 이상 크게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제 얇아진 손가락을 자꾸만 사진에서 발견하는 일이니까요. 그 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든 간에 점점 얇아지는 손가락을 보면서, 아무리 살이 빠져도 사진에서는 늘 유독 통통하게 나오던 손가락이 결국에는 변화하는 모습에서 시간의 별 수 없음을 포착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만족감, 묘한 성취감을 느끼고요. (건강에 관한) 불안도 아주 얕게 봅니다. 고작 사진에 나온 손가락이 어떻게 보이느냐, 왜 그것에 집착하게 되었나, 그래서 만족하느냐로 시작해 옅게는 아직도 미의 관점에서 나를 판단하는가 살짝 채찍질도 하는 그러니까 끝이 없는,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생각들의 발견을 그냥 퍼붓고 싶었을 뿐, 그 무언가를 그저 말하고 싶었을 뿐, 그러니까 자기 전 그냥 문득 머릿속이 순식간에 이 생각들로 가득 차서 털어내고 싶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