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글
꿈 없이 블랙아웃으로 드는 잠은 피곤을 덜어내는 잠입니다. 평상시보다 조금 더 쌓인 피로만큼만 딱 덜어내는 잠. 쌓인 피로가 풀린다기보다 그저 보다 더 쌓인 피로를 덜어내는, 약간 아쉽고 그래서 더 달콤한 잠. 다시 태어난 것처럼 개운하게 몸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쌓여서 폭발하지 않게끔 피로를 살짝 덜어내는 일은 삶을 좀 더 기분 좋게 만듭니다. 밥 삼시세끼만 챙겨 먹다가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요. 그러면 안구 건조 때문에 눈을 못 뜨겠다든지,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 속이 불편하다든지, 일하기 싫은 마음이 쌓여 매너리즘이 찾아온다든지-일상을 살며 더 크게, 자주 보이던 불평불만이 정리되어 판판한 일상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저는 그게 가끔은 필요한 일처럼 느껴져요.
하루일글 8월 19일 ‘블랙아웃 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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