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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글

여행 단상

by 강민경



1.

달이 뜨는 건 한참이지만 해가 가라앉는 건 순식간입니다. 특히 바다에서 떨어지는 해는 유독 퐁당-빠지는 느낌이 들어요. 기회를 놓치면 보기 힘든 광경일 것처럼 떨어지기에 지평선에 걸친 해가 보이면 무조건 스마트폰을 들이대고 봅니다. 눈으로 담는 것이 제일인지는 알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기록 남기는 일에 집착할까요?


2.

예전에 수영을 가르쳐주던 강사님은 “호텔에서 괜히 여기서 배우는 수영해 보지 마세요. 촌스러운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땐 그게 또 맞는 얘기 같아서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이상하게 물에만 잠기면 물에 머리를 처박고 팔을 땡기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자랑하고 싶어서인지, 그저 할 수 있는 수영 자세가 그뿐이라서인지, 오랜 시간 물에 떠 있다 보면 몸이 근질거려서인지…이유는 불분명합니다. 혹은 제가 촌스러운 사람이라서 일지도 모르지요.


3.

조카딸은 할아버지와 장난치고 놀다가도 차에 탈 때면 “이모가 옆에 앉아야 해”라고 선언합니다. 청유형이 아니라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서 소리 내지요. 그것은 여행처럼 특별한 때 뿐만 아니라 ‘이모’ ’여기‘ 앉아’ 짧은 단어만 내뱉을 수 있는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그건 이모로서는 늘 감동인 일입니다. 누군가에게 ‘항상 곁에 두고 싶은’ ‘다른 이와 어울려도 결국에는 편한’ ‘마음속 깊이 신뢰하는’ ‘좋아하는’ 사람이 된다는 건 늘 경이롭습니다. 이것이 사랑이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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