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돌아오고 방에 머물자마자 눈이 뜨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아파져 와졌습니다. 눈알이 딱딱해지고 주변 근육이 돌처럼 굳는 듯한 느낌으로 아파요. 예전에 이 증상이 안구건조증이라 진단을 받은 적이 있기도 하고, 최근에 세부적인 검사도 받았던 지라 겁은 안 나는데요. 어떻게 일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아픈지 의문이 들어 눈에 살포시 손을 대보았습니다. 뭘 보고 있으면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나 책) 눈알이 두근거립니다. 뜀박질을 하면 심장 두근거림이 손으로 만져지는 것처럼 눈알이 두근두근거리고 있었어요. 그러다 먼 곳, 눈앞에 무언가를 본다는 의식 없이 멍하니 다른 곳으로 눈알을 굴리면 두근거림이 딱 멈췄습니다.
눈알이 두근거리는 건 규칙적인 심장 두근거림과는 다른, 부정맥과 같은 뜀입니다. LP판이 잘 돌아가도 툭툭 튀듯이, 불안한 마음에 공황이 생기면 심장이 툭툭 식도를 건드리듯이, 눈알이 튑니다. 숨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심박수가 오르는 것처럼 보는 게 너무 많으니, 눈알이 너무 크게 일하는 것일지도요. 넘쳐나는 마음을 위해서는 큰 움직임이 있어야 하니까요. 걷다가 뛰듯이, 평온한 마음이 좋아하는 걸 만났듯이, 불안한 마음이 공황을 마주하듯이. 눈을 감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키보드 자판은 일찌감치 외워뒀으니, 오타 확인할 때만 눈을 뜨면 되니까요. 이 눈을 떴을 때 고칠 것이 없다면, 눈알이 뛰어 피곤한 내 머리통도 좀 숨이 트이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