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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글

순간을 산다는 건

하루일글 10월 19일 letter

by 강민경


어떤 게시물에서 본 사진이에요. 동물의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을 선정하는 대회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중 주목받는 출품작을 보는데 ‘순간을 산다는 건’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눈에 띄어 바로 저장했습니다. 망망대해에 기분 좋게 옆으로 누워있는 바다사자를 보고 있자니 복잡하고 불안한 마음이 순간 가라앉았어요.


그런 날이 있습니다. 무심코 눈이 간지러워 속눈썹 부근을 만졌는데 속눈썹이 뭉텅이로 빠져 깜짝 놀라 불안해지는 날. 원래 속눈썹이 많이 빠져 눈 간지러운 날이 많은 사람인데, 그저 그게 갑자기 뭉텅이로 빠졌던 것뿐이지만 왜인지 안 좋은 징조로 느껴지는 날. 어제까지는 여행 가는 일이 즐겁게 느껴졌는데, 갑자기 여행 가는 게 사치스럽게 느껴지고 좋지 않은 상황을 만나면 어쩌나 싶은 날. 그런 날들엔 꼭 불안을 가중하는 것들만 연속으로 눈에 들어오고는 하지요. 그러다가 ‘순간을 산다는 건’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발견한 거예요.


우리는 시간을 살기도 하지만 순간을 살기도 합니다. 순간의 감정이 확 번져 하루가 되기도 하고요. 순간순간을 겨우 살아 하루를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순간순간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나 감정을 연달아 느끼고 있지요. 행복한 감이 한 뭉텅이로 시간을 차지한 것 같아도 세세히 순간순간으로 따지면 그 속에는 옅게 불안이 섞여있기도 하죠. 반대로 우울이 온 하루를 지배해 마음에 먹구름이 끼어 있어도 순간순간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설렘과 안도가 섞여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순간순간 여러 감정을 손안에 쥐고 있는 거예요. 다만 어떤 감정이 크게 느껴지면 그것이 온 마음을 차지하고 마는 것일 뿐. 가끔 불안이 너무 커져 있을 땐 순간을 떠올려 보려고 합니다. 불안에 가려 숨죽이고 있는 설렘, 희망, 기쁨, 행복…같은 걸 발견해 보려고 하죠. 오늘은 아무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미소 지으며 옆으로 누워있는 바다사자를 보며 쉽게 안도감을 찾았습니다. 안도감은 순간으로 지나쳤지만, 어쨌든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망망대해 같은 불안감이 내 온 마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니까요. 오늘은 그것만으로 됐다 싶고요, 아마 내일이면 또 다른 순간순간을 맞이하면서 마음에 낀 먹구름이 좀 가실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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