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글
내가 편하게 하는 일에서 그 구조를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어르신들의 글쓰기 수업을 진행할 때 초반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됩니다. 특히 두 번째 시간 ‘마인드맵’ 강의에서는 특히요. 어르신 분들의 경우 생각하는 과정이 인처럼 박혀있는 경우가 많아요. 생각을 하는 경력이 나이와 꼭 같으니 당연합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마인드맵이 인을 부수게 하는 첫 번째 단계이고, 딱 어려운 일입니다. 인이 박인 뇌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니까요. 게다가 수업을 여러 차례 들으시는 분들도 매번 마주했을 마인드맵 수업 시간에서 오히려 헤맬 때도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일도 마음이 달가운 일은 아니니까요.
생각하는 건 편한데, 그걸 눈으로 보이게끔 꺼내는 과정은 어렵습니다. 제가 말로 쉽다쉽다 해도, 즉석에서 예시를 든다 하더라도 ’마인드맵‘ 행위 자체를 어렵게 느끼시더라고요. 생각의 흐름을 꺼낸다는 게 말이야 ‘떠오르는 거 그냥 적으시면 돼요’ 하는데요.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잡아채기 쉽지 않습니다. 한 분 한 분 마인드맵을 보면서 놓치는 부분을 짚어드리면 “이런 것도 쓰는 거예요?”라고 물으시거나, 깜짝 놀라시기도 해요. 너무나 당연해서 쓸 생각조차 않는 것을 쓰는 게, 어쩌면 글을 쓰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일상에서 혹은 생각 과정에서 너무 당연하여 넘기는 부분을 짚어내는 힘 때문에 사람들은 책을 읽고 또 에세이를 쓰고 싶어 하는 걸까요? 하지만 글 쓰는 행위보다도 생각하는 과정과 그 구조를 바꾸기가 어려워 글 쓰는 일을 힘겨워합니다. 저 또한 매번 벽에 부딪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당연하게 해왔던 생각을 혹은 그 흐름을 변화시켜야 할 때가 왔을 때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아요. 익숙해서 놓쳤던 과정을 다시 끄집어내고, 박힌 인을 부수어 다시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 그것이 글쓰기의 어려움이자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사실 그러한 경험을 일상에서 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돈도 안 되고, 어쩔 땐 의미가 없어 보이는 ‘글 쓰는 행위’를 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