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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글

떨어져 있는 사랑

하루일글

by 강민경


“떨어져 살면 애틋한 감정이 겹친다. 붙어 살면 삶의 때가 끼어 온갖 감정이 맞부딪히고 쌓인다. 무엇이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 삶에서 애틋함만이, 예뻐 보이는 감정만이 의미가 있는 건 아닐 테니까. 그러나 애정이 좋은 형태로, 좋은 상태로 쌓인다는 건 그 자체로 아름답고 예쁘고 반짝이기까지 할 것이다. 짧다면 짧다 느껴지는 인생에 예쁜 걸 하나 가지는 건 괜찮지 않을까?”



여동생이 가끔 집에 오면 그리 반갑고 애틋할 수가 없습니다. 집에서 다 같이 살지 않는 게 기본 전제가 되었고,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는 일이 흔한 일상이진 않으니까요. 예전에 여동생과 같이 살았을 때도 사실 이렇게 가끔 보는 것만큼 얼굴을 마주할 뿐이었습니다. 각자 방에만 있기에 바빴고, 특히 저는 거실에조차 잘 안 나갔었으니까요. 사실 같이 살았을 때를 추억하면 좋았던 기억보다 이따금 싸웠던 일이 먼저 떠오를 정도입니다. 오히려 같이 살지 않게 되면서 연락을 더 자주 하게 됐고, 집에 오면 반갑고, 잠이라도 자고 간다 치면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던 습관에서 벗어나 방에 누워있는 동생을 보러 가곤 하는 겁니다. 괜히 이야기 더 나누고 싶고, 곁에 붙어 있고 싶고 그래요.


이제 어쩔 수 없이 애틋한 감정만 겹쳐 쌓이는데, 이게 왠지 삶의 보물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삶의 여러 굴곡이 얽혀있는 관계만이 끈끈하다 여겼었는데, 이렇게 애틋하고 반가운 감정만 잘 쌓여도 견고하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사실 예쁜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라, 애틋함이 쌓인 감정의 모양새를 느끼면 마음이 한껏 좋아져서 삶이 기뻐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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