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하루일글

독서 취향

하루일글

by 강민경

여러분은 책을 어떻게 읽으시나요? 한 번 읽을 때 단 한 권의 책만 읽으시는지 혹은 여러 책을 동시에 시작해서 다양하게 읽으시는지. 문장을 빠르게 읽으며 내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인지, 단어를 꼭꼭 씹어 문장을 맛보는 게 중요한지. 독서 방식과 취향은 꽤 다양합니다. 여러분의 읽는 습관을 들여다보시면 아마 다들 특성이 있으실 거예요. 밥먹는 습관과 모습이 사람마다 다 다른 것처럼요.


저는 속독하는 게 익숙하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이미 체화된 채로 태어났다고나 할까요. 성격이 급한 건 독서 모습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문장을 읽는다기보다는 눈으로 본다고 하는 게 맞겠다 싶습니다. 문장 전체를 눈으로 보고 그 의미를 파악하면서 읽는 편이에요. 어쩌면 문장 안에서도 단어를 발견하여 그 문장 의미를 알아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어렸을 땐 그게 자랑스럽게 느껴져서, 다 읽은 책을 어딘가에 쌓아놓고 누군가 봐주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책 한 권 읽는데 한 시간도 안 걸렸거든요. (어렸을 때 읽는 책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있다는 것도 한 몫 했겠고요.) 그 속독 습관은 아직도 남아있어서 읽다가 흥미를 잃어버린 책은 속독으로 페이지를 휙휙 넘겨버리기도 합니다. 급한 성격도 성격인데 중도에 포기하는 건 또 자존심이 상해서 어떻게든 페이지 끝을 보려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중도에 읽는 걸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끝을 내지 못한 책이 있을 땐 일부러 스스로를 자극하려고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있습니다. 그걸 계속 보면서 마음 불편하라고요. 피곤하게 살죠?


제가 바라는 독서 취향, 독서 모습이란 것이 있습니다. 한 문장을 읽더라도 그 문장의 의미를 곱씹어 읽는 것이 멋있어 보여요. 많이 읽기보다는 깊이 읽기를 추구합니다. 하지만 타고난 성향이 그걸 따라가질 못하는 편이죠. 습관대로 문장을 바로 눈으로 보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려는 걸 애써 막고 문장을 다시 읽습니다. 그러니 책을 완독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완독하는 시간 사이에 다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끼어들고만 맙니다. 그래서 여러 책 첫 페이지를 열어두고, 머리맡과 책상 위에 쌓이는 책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죠. 그게 제 독서 특성이라 여기며 방을 참 지저분하게 만들어왔는데요. 고치고 싶어졌어요. 차라리 중도에 포기하면 포기했지, 여러 책을 동시에 읽기 시작하지는 않으려고요. 완독 후에 다른 책을 펼쳐보려고 합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돌고돌아 독서취향을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서 취향만큼은 나중에, 먼 훗날에 자리 잡히면 좋겠어요. 그래야 좀 더 다양하게, 재미있게, 의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책 읽기는 어렵지만, 책이라는 물성은 늘 매력있거든요. 되도록이면 취향을 고집하지 않고 저에게 작용되는 매력이 오래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