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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글

병원 내 군상

하루일글

by 강민경



대학병원 진료를 받으러 오면 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멀쩡할 때면 때일수록 더 그러합니다. 평온하다가도 사람들의 군상 그중에서도 불안하고 불만이고 내 자신이 우선인 급한 마음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입니다. 짜증이 올라와 울컥하는 것일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마음을 저 또한 가져본 적이 있어서 울컥거리는 게 더해지고 마는 겁니다.


진료를 받고 나와 다음 진료 일자를 체크하려는데 주머니 속에서 뭔가가 떨어졌습니다. 병원 오기 전 들렀던 카페의 쿠폰 카드였지요. 간호사님이 그걸 보시더니 “어? 여기 카페 자주 가세요?”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전에도 “약을 이렇게 오래 먹어서 어떡하냐”며 저를 기억해 주시고 걱정해 주셨던 분이라, 살갑게 건넨 그 말이 당황스럽지 않았습니다. “병원 올 때마다 와요”라고 했더니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제가 이거 쿠폰 가져다드릴게요!”라며 일정 잡던 일을 중단하고 바로 어딘가 다녀오시더라고요. 20초나 지났을까? 급하게 돌아온 간호사님이 건네신 건 도장 2개가 찍힌 그 카페의 쿠폰 카드였습니다. 진료실 들어가기 전, 여러 차례 울컥이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졌습니다. 왜인지 안심이 되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그건 아프지 않은 사람의, 병원이 아닌 어느 곳에서 일어나도 어색하지 않을 호의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팠을 시절을 생각하지 못하고, 병원 특유의 예민한 분위기와 감정들을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아프지 않다는 마음이 저도 모르게 흘러나와 예민한 사람을 보면 울컥하고, 일상의 호의를 경험하면 구제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 수도요. 이게 비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병원 내에서 차례로 일어난 일들이라 생각이 많아지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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