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하루일글

이석증

by 강민경

사람이 돌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뵈는 게 없어지지

천장은 자리를 잃고

눈알은 중심을 잃고

정신머리도 입은 옷을 잃지

마시던 뜨거운 커피를 쳐 쏟고

피부에 바알간 물집이 잡히면

그제야 잃었구나 싶지

누구든 좋다던 봄을 타며

재채기를 하고 눈을 긁다

어지러워 손톱으로 눈을 찌르고 나면

지난 봄은 그제야 잊고

이번 봄이 나타나는 것이다

잃은 봄은 그제야 파릇하고

오는 봄은 아지랑이 눈앞에 놓여 보이지 않고

봄이 없어 갈 일 잃은 눈동자는

고요한 밤 누구도 부르지 않을 때

갈 길을 잃고 진동한다

두 번째 도는 것이다

세 번째 돎도 찾아오겠지

봄옷 입은 정신머리

겨우 옷깃 여몄을 때

또 흐트러지면

단추는 제 집 못 찾고

바닥에 얼굴을 처 박아

그리하야 이번 봄도

내년에나 안녕하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뜨거운 커피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