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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운동을 했다면...

하루일글

by 강민경

어렸을 적, 달리는 게 싫어서 모든 체육활동을 포기했다. 체력장으로 달리기를 할 때 한 선생님은 나에게 “스타트는 제일 빠른데 지구력이 없다”라고 했다. 그때부터 달리기가 싫었고, 달리기를 포함하는 체육활동이 싫었다. 나의 부모도 “쟤는 약골이라 운동 못 한다”라고 여기고 있었고. ‘아 나는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구나, 운동능력이 타고나질 못한 사람이구나’라고 나를 규정지었다.

지금와서야, 그때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나를 미리 만들어버리지 않았다면 조금 더 잘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마라톤이나 달리기는 못했지만, 다른 체육 활동 점수는 좋은 편이었다. 고2때 배구 패스 실기시험을 연습할 때도 어떤 애가 “쟨 못 한다”며 패스를 안 주니 열 받아서 마인드셋 연습을 했고, 핀잔을 주던 애가 오히려 나에게 패스 좀 달라고 할 정도로 잘하게 됐던 때도 기억이 난다. (실제 연습할 시간은 없었고, 머릿속으로 동작을 계속 반복해서 떠올렸다.) 그런 감각은 좀 있었으니까,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했다면 좋았겠다 싶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느낀 건데, 성인이 되어서는 이미 관절이 굳어 어렸을 적 운동한 사람과는 그 유연함이 다르더라. 어렸을 적부터 운동으로 키운 인내, 힘, 지구력 같은 건 어른이 되어서는 얻기 어렵다. 그리고 체력이라는 것은 곧 정신력으로 이어진다고 여긴다. 그러니 어렸을 적부터 운동을 했다면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경거망동하지 않으며-깊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워지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운동을 해서 쌓은 근육과 관절의 유연함이 곧 정신으로 이어질거라는 아쉬움에, 괜히 지난 날을 생각해본다. 건강하게 마음 세팅이 간절한 어른이 될 거라고, 그때 미리 예견했었다면 좋았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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