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에는 하이라이트 기능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그게 뭐 대단히 특별한가 싶겠지만요. 종이책이라면 플래그를 붙이거나 밑줄을 긋는 역할인 하이라이트 기능은 이제 흔한 기능입니다. 하지만 밀리의 서재에서 읽어나가다 보면 하이라이트 한 문장이 쌓이고 쌓여서 그 자체로 독서기록이 되더라는게 제 개인적인 소감입니다.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에도 하이라이트 기능은 있었습니다만 따로 옮겨두지 않는 한 반납과 동시에 기록도 삭제되었기 때문에 아쉬웠거든요. 이 플랫폼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 독서생활 전체가 아카이빙 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어떤 날 어떤 책을 얼마 동안 읽었고, 거기에서 내 마음을 붙든 문장은 무엇이었는지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은 나름의 기쁨이었습니다.
책 읽기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플랫폼
취미란에 쉽게 쓰이는 독서지만 사실 둘러보면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 주변에 몇 명이나 있던가요. 말초를 자극하는 미디어가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차분히 독서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수행에 가까울지도요. 그렇게 취미로써 독서의 장벽을 이런 전자책 플랫폼이 그 장벽을 조금 허물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상황에 맞는 북큐레이션을 유저들끼리 진행할 수 있고, 예상 완독 확률과 예상 완독 시간 매트릭스(추후에는 단점이라고 생각했지만요)로 입맛에 맞는 책을 고르다 보면 서점에 가서 종이책의 냄새와 촉감을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어려운 책은 오디오북부터
도무지 몇 페이지 넘기기 힘든 책들이 있을 때 먼저 조금 듣는 쪽을 택해봅니다. 대체로 그런 책들은 듣다 잠드는 자장가 대용이 돼버리기 일쑤지만 듣다 보면 의외로 읽어봄직하단 생각이 드는 책도 있더군요. 그럴 때는 오디오북을 종료하고 활자로 돌아갑니다. 오디오북을 선호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막막하고 어려운 책을 시작할 때 마중물 같은 용도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쓰고 보니 장점만 가득한 플랫폼 같지만 물론 다 좋진 않습니다. 우선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전자도서관에 비해 장서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심지어 유료임에도)은 아쉽습니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보완되고 채워질 수 있는 점이라 큰 단점으로 생각되진 않고요. 또한 내 취향을 반영하는 책이 추천되므로 필터버블(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된 인터넷 정보로 인해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을 유의하면서 다양하게 읽으려 의식적인 노력도 필요합니다. 또 티 내고 젠체하려 읽는 독서 관종인 제 성향상 예상 완독 확률과 예상 완독 시간 매트릭스에서 완독 확률은 높으면서 완독 시간은 짧은 책을 자꾸만 선택하는 것도 문제네요.(이건 백 프로 내 탓)
주절주절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어쨌거나 제 독서생활을 좀 더 풍요롭게 해주는 툴임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아 참,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하는 동안 누구보다 알차게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였기에 이 섣부른 후기를 씁니다. 당연히 일체의 대가성이 없는 글임을 일러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