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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Dec 15. 2022

글쓰기를 사랑하게 된 순간

구독자 100명 자축 글쓰기

브런치에서 읽고 쓰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글쓰기에 치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숏폼이 난무하는 시대에 누군가가 쓴 글을 마음을 다해 읽고, 내밀한 글을 써내는 것은 거의 참선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나는 언제 이 글쓰기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1996년의 어느 날이었다.

짙은 노란빛의 오후 햇살이 드리운 초등학교 3학년의 교실, 지금은 사라진 말//쓰 시간, 주어진 제시어로 한 문장을 쓰는 수업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제시어는 점심시간.

선생님이 몇 명을 지목해서 발표를 시켰고, 으레 그렇듯 어쩔 수 없이 일어나 꾸역꾸역 발표를 했으며 그중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점심시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축구를 하러 나갑니다.' 같은 문장들이 발표되었고, 내가 쭈뼛쭈뼛 일어서서 쓴 문장을 읽는다.


햄버거? 떡볶이? 김밥?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 보면 끝나버리는 점심시간.


와하하하 와글와글 친구들이 웃는다. 선생님도 미소를 보이며 칭찬해 주신다.


그때 일거다. 글쓰기라는 것에 홀려버린 때가.

내가 쓴 문장으로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는 사실과 칭찬을 받았다는 사실은 나를 단번에 글쓰기와 사랑에 빠지게 한 것이 아닐까.


강렬한 사랑의 순간에 비해 대단한 작가가 되지 못하고 너무나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다. 글쓰기에 미련은 남아 쓰다만 소설 몇 개와 동화와 조각 글들만 '작가의 서랍' 코너에 어지러이 저장되어 있다. 그마저도 쓸 때는 찬란했지만 돌아보면 비루하기 그지없어 두 눈을 질끈 감게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의 글쓰기는 계속될 것이다.


구독자 100명, 그러니까 가족과 지인을 약간 곁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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