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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Jan 11. 2023

근사한 어른이 되고는 싶은데,

초짜 어른

버락오바마 같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물론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몇 해 전,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을 둘러싼 인권문제로 논란이 많던 때였다.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Son of bitch (개새끼 정도로 의역..)라고 막말을 했고, 이에 정상회담은 취소되었다. 그때 버락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응답했다.


He’s a colorful guy.


세상에, 욕을 먹고서 그걸 다채롭다고(colorful) 표현하다니. 참 근사하다. '그럴 수 있고, 그러라 그래, 하지만 그래선 안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외유내강의 단단한 심지가 느껴져 감탄했다. 심지어 다채롭다는 것은 욕을 했지만 단지 욕만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너그러움까지 포함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필리핀은 여전히 미국의 동맹이라고 말하면서 발언을 마치기 때문이었다.


버락 오바마만큼은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근사한 어른이 되고는 싶은데, 현실의 나는 참 녹록지가 않다. 나이는 서른일곱인데 어른의 ㅇ에도 닿지 못한 어른이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어제 본인의 일을 나에게 미루는 P에게 텅 빈 눈과 단답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못하는데요? 제가 왜요? 유의 날 서고 차가운 말로 더 못되게 맞서고 돌아섰다. 전혀 유연하지 못한 대처였다.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나 진짜 후지네.

그리곤 일기장을 빌어 반성을 한다. 다음에는 좀 더 긍정적으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감정소모도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알고 있다. 다음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 일기장에 후회의 문장을 워놓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것을. 하지만, 더디더라도 이러한 셀프피드백(a.k.a 반성) 이 결국은 나를 조금씩 어른으로 이끌 것이라 믿기에.


초짜 어른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진짜 너그럽고, 근사하고, 멋진 어른이 되고야 말 테다.


Color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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