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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Jun 29. 2020

직급과 호칭의 변주곡

님님님~

사원님, 대리님, 과장님, 차장님, 부장님, 부서장님, 상무님, 전무님, 이사님, 대표님, 사장님, 기사님, 기장님, 기감님, 주임님, 선임님, 책임님, 수석님, 팀장님, 부팀장님, 파트장님, 소장님 등등


1. 부르는 것


회사원이 된 초창기, 사람들을 낯선 호칭으로 르는 게 영 어색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갑자기 선생님을 교수님으로 불러야 할 때의 어색함과 견주면 되려나.


회사마다 직급 체계가 다양했기 때문에 관계사마다 불러야 하는 호칭도 각양각색이었다. 기껏해야 선배, 후배, 교수님 정도였던 내 호칭 세계에 다수의 불가해한 명칭들이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심지어 그 호칭은 발령이나 진급 사항에 따라 시시때때로 모습을 바꿨다. 인사 명령 일자 이전이라도 진급 공문이 뜨는 그 순간부터 해당 직급으로 호칭했고 진급 이전의 직급을 호칭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또한 (이해는 안되지만)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윗 직급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어 혼란을 가중시켰다.


2. 불리는 것


신입 회사원이던 나 역시 특정 호칭으로 불려야 했다. 학생 때는 잘 들어볼 수 없었던 재언 씨라는 호칭을 들으면 괜히 사지가 꼬였다. 재언 씨, 이 사원, 재언 사원, 이 사원님, 재언 님 등 부르는 사람의 취향껏 변주되며 불렸다.


한 날은, 팀장님께서 급하게 나를 부르시며 "재언 씨야!!"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반존대 인가 싶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김 과장으로 부터 수신한 메시지를 잊을 수 없다.

- 얼른 너도 부장니마 라고 해버려!!


-


7년이 흐른 지금 나는 직급별 호칭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아니 더 편하다. 오히려 동료들을 이름이나 언니, 오빠, 누나, 형 등으로 부르는 게  낯설고 어색해져 버린 것이다. 더 이상 신출내기가 아니란 걸 이렇게 별거 아닌 곳에서 깨닫는 것이 재밌다. 오늘도 여러 사원, 주임, 대리, 책임, 부장님들과  일을 하러 회사에 간다. 오늘은 조금 더 힘을 실어 불러드려야겠다.


유니폼에 명찰을 달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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