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컴플라이언스팀도 조직하고, 윤리강령도 내리며 준법정신을 강조한다지만 세상에는 눈먼 돈도 참 많고, 그 돈에 눈먼 인간들은 더 많다. 뇌물이라든지, 비리라든지, 갑질이라든지 하는 말은 정치/사회 뉴스에만 나오는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목도한 비윤리의 민낯은 차라리 찌질함에 가까웠다.
박 과장은 공사부의 하청업체 기성을 담당하던 직원이었다.
과거형으로 쓰는 이유는 윤리강령 위반으로 해고되었기 때문인데, 사내신문에 비윤리 직원의 사례로 실리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메신저에서 박 과장의 이름이 사라졌기에 그저 관둔 줄로만 알았는데 말이다.
박 과장은몇 마디만 나눠봐도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습관적인욕과 허세가사람을 매우 교양 없이 보이게끔 했는데 실제로도 교양이 없었다. 자신이 학생 때 얼마나 '잘 놀고 잘 나갔는지' 종종 자랑하던 그때 박 과장의 나이가 무려 서른다섯이었다.
같은 부서 직원에 따르면, 박 과장의 떡잎을 일명 '과일 사건' 때부터 알아봤다고 했다. 박 과장 아내의 농장 과일을 하청업체들에 강매했고 거기에 박 과장의 '외주 수고비'를 박스 당 1만 원씩 더 얹어 팔았다는 전언이다. 그렇게 챙겨간 웃돈 1만 원은 아내가 아닌 박 과장의 딴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한다.
박 과장이 짤리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원룸 사건'이다. 사내신문에 따르면, 박 과장은 하청업체가 숙소로 쓰는 원룸을 하나 내달라고 했단다. 본인의 본가가 여기가 아니니 가까운 곳에 숙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나 뭐라나. 하청업체도 기성을 받아가야 하니 더럽고 치사해도 내어줄 수밖에 없었나 보다. 문제가 심각해진 건 그다음인데, 박 과장이 그 원룸을 세를 놔버린 것이다. 박 과장은 회사 기숙사에 기거하면서, 원룸을 세놓고, 월세를 받아먹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하청업체가 참다못해 회사에 보고했고 그래서 짤렸다.
기가 차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했다는 것이 수치스러울 만큼. 박 과장은 얼핏 물메기를 닮았었는데, 그 부은 듯한 낯짝으로 지금쯤은 또 어디 가서 비윤리적인 행동을 자행하고 있을지 심히 걱정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