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는 '일로 만난 사이'니, 딱 거기까지가 좋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동료와 너무 친하게 지내는 것은 회사생활에 전혀 좋을 게 없다는 게 정설인 것처럼. 사람을 너무 좋아해 쉽게 믿고 쉽게 따르는 나는 명심하고 명심했다. 직장동료로서 역할에만 충실해야지 다짐하면서. 쿨하게! 질척이지 않게!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어디 그런 적정선을 지키기가 쉬운가. 많은 사람들을 겪어 내다 보면 정말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도 있지만 유독 땡기는, 내 사람 같은 동료도 있게 마련이다.
나에겐 노을이가 그랬다. 아버지께서 저녁놀을 보고 지어 주신 예쁜 이름을 가진 노을이는 같은 프로젝트의 구매팀 사원이었다. 첫 출근을 해서 쭈뼛거리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타 사업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본인도 같은 사업부 출신이라며 잘 지내보자고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이다.
노을이는 나와 동갑이었고 성격도 비슷했다. 그래서인지 유독 공감대가 많아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회사에서 생기는 고민을 넘어 개인사도 공유하고, 퇴근하고도 함께 추억을 나누게 되었다. 나는 문득문득 노을이와 나누는 수많은 대화들 속에서 동료애인지 우정인지 모를 감각을 느꼈다. 후에 노을이가 퇴사를 결정하게 되면서, 나는 그게 우정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많이 아쉬웠다. 우리도 어쨌든 '일로 만난 사이'니 퇴사를 하면 더 이상 인연을 이어가기 어려운 게 아닐까 싶어서.
결론부터말하자면, 나는여전히노을이와좋은친구관계를이어가고있다. 노을이는그사이예쁜딸을낳아 한 아이의엄마가되었고, 나는타지역으로이직을하면서자주볼수는없게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는서로의일상을공유하기도, 사는것에대한어려움을토로하기도하면서서로의삶을응원하고있다. 이상하게도노을이를떠올리면매우따뜻한기분이든다. 이름이주는따뜻함도있겠지만어쩌면짙은 회색빛 같은 사회생활에서만난친구이기때문일지도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