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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Jun 25. 2020

계약만료와 의원사직, 그 온도차에 대하여

퇴사후기

에겐 다소 특이한 이력이 있는데, 바로 같은 회사에 두 번 입사했다는 것이다. 첫 입사 후에는 계약 만료로 퇴사하였고, 재 입사 후에는 현 회사로 이직하며 의원 사직을 했다. 같은 회사에서 퇴사를 당해보기도(?), 스스로 퇴사를 해보기도 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거기서 거기인 퇴사지만 당사자인 내가 느낀 온도 차는 꽤나 컸다.


1. 나의 첫 퇴사 : 10일 전 통보와 의도치 않은 증량


첫 조직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무렵, 조금씩 불안해졌다. 당시 시황이 나빠질 대로 나빠져 더 이상의 프로젝트가 수주되지 못하는 실정이었고, 따라서 프로젝트 계약직인 나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실행 중인 프로젝트로 연결 계약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고문적인 소문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프로젝트 완료 축행사 당일, 퇴사 통보를 받았다. 애석하게도 퇴사 10일 전의 일이었다. 망할 놈들이. 빨리 좀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싶어 속으로 욕지거리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많은 것을 급하게 정리해야 했다. 당시 살던 기숙사의 짐도 본가로 옮겨야 했고, 남은 자투리 업무도 인수인계를 해줘야 했으며, 무엇보다 감사한 인연들과 송별회를 급히 진행해야 했다.  점심이고 저녁이고 빽빽하게 약속을 채워나갔다. 업무에 도움을 줬지만 크게 가깝지 않은 동료들과는 점심식사를 했고, 감사의 인사를 찐하고 질펀하게 전해야 했던 동료들과는 매일 저녁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셨다. 그렇게 10일이 지나고 나는 무려 3 킬로그램이 쪄있었다. 나의 첫 퇴사에 대한 기억은 무거워졌던 몸만큼이나 둔하고 무겁다.


2. 나의 두 번째 퇴사 : 사직원 쓰기의 짜릿함


나는 재야의 파괴왕이 틀림없다. 재입사한 사업부도 경기를 타더니 사업을 접네 마네하는 불안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 섞인 농이 오갈 만큼 상황이 심각해져 갔다. 같은 회사에 두 번 퇴사당하는 것은 굴욕일 것 같아 가열차게 이직을 준비했다. 사람인과 인크루트를 인스타그램보다 자주 그리고 많이 봤었다. 감사하게도 그중 한 회사가 나를 뽑아주었고, 합격통보를 받은 후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팀장님께 보고를 했다. 퇴사하겠습니다!  회사는 나에게 10일 전에 퇴사 통보를 한 전적이 있지만, 나는 교양 있는 회사원이므로 여유 있게 통보해 주었다. 그리고는 회사 공용 서식함에서 사직원을 다운로드한 후 작성을 시작했다. 나는 글 쓰기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내 인생의 가장 짜릿했던 글쓰기는 사직서 쓰기였다고 말할 것이다.  나의 두 번째 퇴사에 대한 기억은 이렇게나 흐뭇하고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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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번의 퇴사를 경험하게 해 준 전 회사는 이제는 나의 출신 회사가 되었다. 고왔거나 궂었거나 나의 이력서에는 항상 그 회사가 존재할 것이고, 이제 구성원이 아닌 외부인으로서 그 회사의 안녕과 건승을 기원한다.


Note) 그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서가 절대 아니고 진심으로 번창하길 바란다.


그 다음 굴레와 속박이 있는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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