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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Jul 03. 2020

지하철 와이렇노

맨날천날 축제같은,

나는 2호선 세입자다. 서울에 처음으로 정착하는 1인 가구 세대주인 나는 집값에 소스라치게 놀란 후 2호선 어드메쯤 적당히 자리 잡았다. 교대에서 환승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엄마엄마! 와 여기 불꽃축제하는 갑다! 와이렇노 엉망진창 와장창이다! 진짜 파이다!*



당황스러움에 급히 엄마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첫 출근 후 퇴근길, 나는 말로만 듣던 '지옥철'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오후 6시 교대역에는 구멍구멍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부산 지하철에서는 '앉을자리'를 찾아야 했는데 서울에서는 끼어 '설 자리'를 찾아야 했다. 광안리 불꽃 축제 때벌어지는 지하철 난리법석이 서울에서는 매일매일 일어나셈이었다. 매일이 축제인 걸로 여기면 좀 편하려나.


겨우 겨우 지하철에 몸을 욱여넣었다.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땀이 삐질삐질 날 지경이었다. 두 세 코스쯤 갔을 때였. 사당역에서 나는 하마터면  인파에 휩쓸려 강제 하차당할 뻔한다. 첫 출근이라고 무리해서 꿰어 신은 높은 굽의 구두가 말썽이었다. 최대한의 근력과 균형감을 끌어모아 내 몸은 밀려나 않았는데, 나의 숄더백이 그만 맥없이 딸려 나갔다. 좌절감이란 게 형태가 있다면 이런 일까 생각하며 나는 다음날부터플랫슈즈를 신고 백팩을 메기로 결심했다.


너덜너덜해진 채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뻗었다. 나도 몰래 고개가 절레절레 가로저어졌다.


와..도랏네 진짜..어째 사노 서울에서..


나의 서울생활 그렇게 시작되었다.


꼴랑 몇 개월이지만  사이 나는 애법* 서울 사람처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물론 더 이상 당황하지 않을 뿐, 그 고단함은 여전하지만. 너무 붐빌 때는 지하철 몇 대쯤은 여유 있게 보내주기도 한다. 어느 시간에 미세하게나마 덜 붐비는 지를 아보고자 했으나, 그건 거대한 난수표 같아서 일찌감 포기했다. 어쨌건 나는 서울 전역에  모세혈관처럼 뻗있는 이 지하철에 서서히 익숙해져 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가볍고 경쾌하게 태깅한다, -


Note 1) 파이다 : 별로다 /  예) 금마 그거 파이드라.

Note 2) 애법 : 제법 / 예) 애법 서울말 좀 하네?(화자에 따라 애복으로도 변형되어 사용. '애'에 강세를 주어야 함.)

맨날천날 불꽃축제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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