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참, 엄마는 종종 점심시간에 이렇게 다노에게 편지글을 쓰며 커가는 너의 모습을 기록하기로 했단다. 바쁜 하루 딱 한가운데서 보고 싶은 다노를 떠올리며 팬레터를 쓰는 마음으로 말이야. 실제로 열혈팬이기도 하니까 엄마에게 딱 맞는 육아일기가 아닐까 싶다.
아빠는 한 달째 육아휴직 중이셔.
엄마를 위해서 그리고 다노를 위해서 중차대한 결정을 하신 거지. 이 편지글을 다노가 언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2022년인데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는 못하고 있거든. 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정했을 때, 주변의 만류도 있었고,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고 해. 하지만 아빠는 만 한 살이 되기 전의 너를 온전히 돌보기로 다짐하신 거야. 나중에라도 다노가 아빠가 엄청 멋진 아빠였단 걸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엄마 생각에 아빠는 양육자로서 엄마보다 나은 것 같아. 아빠는 이유식까지 마스터하셨지. (어째 엄마가 만든 거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더라니까!) 무엇보다 엄마가 출근할 때 마음이 놓여. 솔직히 그것보다 중요한 자질은 필요하지 않겠지.
오늘은 숲속 마을에 눈이 펑펑 내렸는데, 다노가 눈을 보며 헤~ 하고 소리를 냈어.
다노는 창밖에 내리는 저 눈이 시리도록 차갑다는 것을, 모든 걸 공평하고도 하얗게 덮어준다는 것을, 눈송이에도 추억이 깃들 수 있다는 것을 언제쯤 알게 될까? 눈에 담긴 추억을 조잘대고 눈 오리를 만들 날이 곧 오겠지? (엄마는 당근 마켓에서 눈 오리 집게를 살 테고?)
엄마는 다노에게 행여 후진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았어. 박노해 시인의 시처럼 엄마부터 잘 살고 하루하루 충실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결국 우리 다노에게도 좋을 거니까 말이야. 다노에게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안달복달하기보다는 다노가 하루하루 성장하는 만큼 함께 자라는 엄마가 될게. 사랑해 다노!
오늘 엄마 품에서 활짝 웃어준 것, 책 읽어주니 팔을 파닥거린 것, 엄마가 만든 티딩러스크를 옷에 잔뜩 묻히며 먹은 것, 킨즈 식탁의자를 타악기처럼 두드린 것, 잠이 오는지 엄마품에 파고든 것 다 잘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