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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Jan 24. 2022

행여 후진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2022.01.17

+273일


다노는 오늘 아빠와 어떤 다정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엄마는 오늘 재택근무 주가 아니어서 출근을 했단다.

아참, 엄마는 종종 점심시간에 이렇게 다노에게 편지글을 쓰며 커가는 너의 모습을 기록하기로 했단다. 바쁜 하루 딱 한가운데서 보고 싶은 다노를 떠올리며 팬레터를 쓰는 마음으로 말이야. 실제로 열혈팬이기도 하니까 엄마에게 딱 맞는 육아일기가 아닐까 싶다.


아빠는 한 달째 육아휴직 중이셔.

엄마를 위해서 그리고 다노를 위해서 중차대한 결정을 하신 거지. 이 편지글을 다노가 언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2022년인데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는 못하고 있거든. 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정했을 때, 주변의 만류도 있었고,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고 해. 하지만 아빠는 만 한 살이 되기 전의 너를 온전히 돌보기로 다짐하신 거야. 나중에라도 다노가 아빠가 엄청 멋진 아빠였단 걸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엄마 생각에 아빠는 양육자로서 엄마보다 나은 것 같아. 아빠는 이유식까지 마스터하셨지. (어째 엄마가 만든 거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더라니까!)  무엇보다 엄마가 출근할 때 마음이 놓여. 솔직히 그것보다 중요한 자질은 필요하지 않겠지.


오늘은 숲속 마을에 눈이 펑펑 내렸는데, 다노가 눈을 보며 헤~ 하고 소리를 냈어.

다노는 창밖에 내리는 저 눈이 시리도록 차갑다는 것을, 모든 걸 공평하고도 하얗게 덮어준다는 것을, 눈송이에도 추억이 깃들 수 있다는 것을 언제쯤 알게 될까? 눈에 담긴 추억을 조잘대고 눈 오리를 만들 날이 곧 오겠지? (엄마는 당근 마켓에서 눈 오리 집게를 살 테고?)


엄마는 다노에게 행여 후진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았어. 박노해 시인의 시처럼 엄마부터 잘 살고 하루하루 충실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결국 우리 다노에게도 좋을 거니까 말이야. 다노에게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안달복달하기보다는 다노가 하루하루 성장하는 만큼 함께 자라는 엄마가 될게. 사랑해 다노!


오늘 엄마 품에서 활짝 웃어준 것, 책 읽어주니 팔을 파닥거린 것, 엄마가 만든 티딩러스크를 옷에 잔뜩 묻히며 먹은 것, 킨즈 식탁의자를 타악기처럼 두드린 것, 잠이 오는지 엄마품에 파고든 것 다 잘 기억할게.


다노는 아빠가 5:5 가르마로 핀 꽂아준 거 꼭 기억해줘!


발달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을 만짐(눈덩이, 사과)

나름대로 규칙적인 수면시간 (낮잠 2회, 밤잠은 8시~9시 사이에)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

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


박노해 <부모로서 해 줄 단 세 가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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