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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Jan 26. 2022

오랜만에 애정도 테스트를 했는데, 글쎄

2022.01.19

+275일


전날부터 폭설이 예보되었길래, 혹시나 퇴근길 교통 대란으로 우리 다노와의 소중한 저녁시간을 잃을까 걱정되어서 반차를 썼단다. (명분이 있다 아입니까 명분이!)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뛰쳐나온 양재역엔 굵은 눈발이 휘날렸어. 눈발이 세다 보니 패딩이랑 부딪히면 후드득 소리를 낼 정도여서 눈에 담을 여유가 없을 정도였어. 근데,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가면 갈수록 반차 낸 게 민망스럽게도 눈발이 점점 약해지는 거 있지? 아무렴 어때 엄마는 이미 퇴근했고, 다노를 보러 달려가고 있는걸.


아빠가 차려준 점심을 먹은 느긋한 오후, 다노는 낮잠을 자지 않았지. 서로가 심심하던 차에 오랜만에 애정도 테스트를 했는데, 글쎄, 엄마가 또 이겼단다! 아빠가 이긴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는 다 까먹었어. 엄마의 승률이 높은 것만 기억나. 다노를 낳으면서 기억력도 낳았고, 확증편향도 심해졌다고 해두자 깔깔깔.


그나저나 애정도 테스트가 뭐냐면, 우선 다노를 매트 저만치 멀리 앉히고, 엄마 아빠가 좀 떨어져서 자리를 잡는 거지. 그리고 엄마 아빠가 다노 이름도 부르고, 손뼉도 치고, 다노가 좋아하는 각종 효과음(?)을 내면서 어필을 시작해야 해. 다노에게 한번 선택받아보려고 엄청난 구애 작전을 펼치는 거지! 나름 우리 셋만의 중요한 놀이라 모두 소란스러운 와중에 엄마아빠가 얼마나 진지한지 넌 모를 거야. 가장 재밌는 건 네가 즐기고 있는 것 같다는 점? 엄마 아빠가 각자 위치로 이동해서 다노! 엄마! 아빠! 까꿍! 등등을 외치기 시작하면 말이야, 넌 코를 찡긋거리며 특유의 행복한 애교를 선보이다가,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볼살을 올려서 웃다가, 짧은 팔을 파닥거리면서 돌고래 소리를 낸단다. 그 어떤 장난감이나 책 보다 반응이 좋아. 지겨운 표현일지 몰라도 정말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는다니까. 아니지 그냥 클리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너에게 엄마 아빠가 세상의 전부일 테고, 너의 그 세상들이 너를 원하고 있으니 그렇게 웃는 게 당연할지도.


오늘 한 애정도 테스트 놀이뿐만 아니라 엄마는 우리 셋의 모습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오래오래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참 많단다. 세월이 흐르면서 같이 낡아지지 않도록 이렇게 기록해두고 가끔 꺼내 읽으며 추억하려고 해. 나중에 단오가 이 글들을 꺼내 읽었을 때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같이 웃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야.


오늘도 많이 많이 사랑했다, 다노!

내일 더 많이 많이 사랑을 줄게.


발달

아빠 앞에서 자랑하듯 우뚝! 직립함. (아직 보행은 못함.)


넌 선물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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