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미소에는 무언가가 있어
2022. 01. 20.
+ 276일
유난히 더디고 힘든 하루를 회사에서 보내고 퇴근을 했어. 서울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를 잡아 타는데 글쎄 2층 버스더라고. 엄마는 2층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해서 괴로운 편이야. 그렇지만 어쩌겠어 저 버스를 놓치면 이 추위에 20분을 더 기다려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올라탔지 뭐. 안 그래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하루 끝에 2층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넘게 가자니 새삼 막막하고 서러운 거 있지. 공연히 괴로운 마음으로 숲속마을에 도착했지 뭐야.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세상 모든 피로가 엄마 양 발에 내려앉은 줄 알았어. 무거운 양 발에 도로가 조금씩 꺼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야. 그리고 집에 가서 제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들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아무도 모르게 읊조렸던 것 같다.
그런데 말이야, 땅으로 꺼질 듯 무거운 몸이 엄마를 보고 그야말로 천사같이 웃는 다노를 마주한 거야. 그 순간 몸이 풀리고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컨디션이 평소 같은 거 있지?(평소보다 좋았다곤 하지 않을게.) 너무도 신기한 경험이었어. 너를 안고 너의 코찡긋+볼살 올려 웃기 콤보를 바라보는데 피할 틈 없이 무장해제, 그야말로 녹아내려버렸어. 다노도 엄마가 힘든 하루를 보냈던 걸 아는지 평소보다 코주름이 더 잡히게, 눈은 더 반달이 되게 웃어줬던 것 같기도 해. 그리고 엄마는 생각했어. 너의 미소에는 엄마를 향해서만 뿜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아니고선 이럴 수 없는 거잖아. 그 무겁던 양발이 다노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걸.
엄마가 아빠랑 다노 없이 혼자였다면, 툴툴거리면서 쓸데없이 TV 채널을 돌리며 맥주 마시다 멍청하게 잠들었을 밤인데, 네 미소 하나로 이렇게나 충만하게 해 주어 오늘도 감사해 다노.
엄마는 오늘도 다노의 광팬이야!
발달
옷 갈아입는 걸 싫어함.(슬슬 호오가 생기는 걸까? 그럼 얼른 커서 다노가 직접 골라 입자.)
(C) illustrator 하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