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인문독서읽기, 이렇게 시작하세요.

by 라온쌤

‘시카고 플랜’을 들어보셨나요? 1890년도에 설립하여 30년 동안 미국의 삼류 대학이었던 시카고 대학이 1929년 로버트 허친스 총장이 취임하면서 ‘고전 100권 읽기’ 플랜을 시작하였습니다. 고전 100권을 달달 암기할 정도가 되지 않으면 졸업이 어려웠는데 고전을 읽기 시작하고 학생들의 사고력이 놀랄 만큼 발전하였습니다. 또한 노벨상 수상자를 100명 가까이 배출한 ‘노벨상 왕국’이 되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세인트존스 대학교에서는 전공도 없고 시험도 없이 4년 동안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 수업을 한다고 합니다. 도대체 고전에는 어떤 힘이 있길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시키고 지식의 장이라 할 수 있는 대학교에서 전공도 평가도 없이 고전만 읽게 할까요?


아이들이 그림책에서 얇은 줄글 책, 그리고 좀 더 글 밥이 있는 줄글 책으로 읽기의 단계가 상승하면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좋은 책’ 한 권을 잘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전은 그 ‘좋은 책’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고전입니다. 고전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시대와 다른 시대,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생각의 깊이를 더 깊게 할 수 있습니다.


고전은 ‘제인에어’ ‘어린왕자’ ‘박씨전’ ‘허생전’과 같은 고전 문학과 ‘논어’ ‘명심보감’ ‘소학’ 과 같은 인문철학 고전으로 크게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각 종류에 따라 읽는 방법의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고전 문학을 먼저 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인문철학 고전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고 고전 문학은 명작동화 전집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접해보아서 읽기가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어릴 적 읽었던 명작 책 중에 아직도 생각나는 책 하나쯤 있으시죠?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읽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책입니다. 제제 이야기를 읽고 제제의 마음에 감정 이입하여 정말 슬프게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책 한 권이 있다면 그 책으로 아이와 함께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간단한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어 흥미를 끌게 한 다음 책을 읽는 것도 좋습니다. 이 외에 고전 문학 읽기를 시작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나누려고 합니다.


첫째, 전집으로 사지 말아주세요. 가장 많은 부모님께서 저지르는 오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전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인터넷에 검색을 통해 전집을 준비합니다. 보통 적게는 30권에서 100권이 넘는 방대한 양입니다. 이렇게 전집을 준비하고 나면 아이들이 잘 읽지 않습니다. 쭉 쌓여있는 전집 중에 골라 읽으라고 해도 손 하나 대지 않고 다시 아까워하며 중고로 내놔야 합니다. ‘새 책 수준’ ‘활용하지 못했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말입니다. 고전은 일반적인 읽기 책보다 아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워합니다. 그러므로 처음 접할 때 아이가 흥미를 끌 수 있고 ‘재밌네’ ‘읽어볼만 하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거기까지만 가도 50% 이상 성공한 것입니다. 그런데 전집이라는 것은 그런 흥미도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다양한 출판사에 다양한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딱 한 권만 고를 수 있도록 해주세요.


둘째, 묻지 마세요. 고전 한두 권 읽었다고 갑자기 독해력과 사고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몸에 좋으려고 먹는 한약도 하루 이틀 먹고 나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비타민도 마찬가지가 아닌가요. ‘읽고 나니 어땠어?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뭐가 있었어?’ 이렇게 정확하게 읽었는지 점검하는 질문은 하지 마세요. 그러나 아이와 함께 읽고 책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는 것은 환영입니다. ‘아이에게 네가 잘 읽었는지 궁금해’라는 메시지 대신에 ‘이 책을 읽고 너랑 함께 이야기하니 즐겁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질문은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아이의 수준에 맞는 고전부터 읽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노인과 바다’라도 정말 다양한 출판사에 다양한 난이도의 책이 있습니다. 그림책 수준부터 500쪽 넘는 원서에 이르기까지 수준의 차이가 큽니다. 어떤 분들은 원작을 읽어야 한다고 하지만 초등학생 아이들 중 독서 수준이 제법 되는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원서를 읽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요약본이나 축약본으로 나와 있는 것을 읽어도 괜찮습니다. 당연히 원작이 주는 감동이 있지요. 그러나 아이들이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억지로 수준에 맞지 않은 원서를 읽히는 것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다 재미있고 좋다고 해도 내가 읽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5학년 수준의 독서 습관이 잡힌 아이라면 150쪽 이상 되는 책 중에서 아이가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아이가 독서 습관이 잘 잡히지 않았다면 그보다 더 쉽게 읽히는 책으로 접하게 해 주셔도 됩니다.


넷째, 주 3회 1시간 이상의 독서 시간을 확보해주세요. 고전문학 읽기를 시작했다면 1년 이상 쭉 지속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고전 한 권 읽고 한 달 뒤에 다시 한 권 읽고 이런 식으로 띄엄띄엄 읽는 것은 큰 효과가 없습니다. 고전 읽기를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최소 1-2년 이상은 꾸준히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고전만 읽기는 힘들어하므로 일주일 독서량 중 절반 이상은 고전에 확보될 수 있도록 하시면 좋습니다. 이는 인문철학 고전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꾸준히 고전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의 독서능력이 한 단계 성장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논어’ ‘사자소학’ ‘명심보감’과 같은 인문철학 고전은 아이들에게 왜 읽으라고 할까요? 고전문학과 같은 줄거리도 없고 실용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인문철학 고전은 구절구절의 의미를 파악하고 깊게 음미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면서 삶의 가치관과 방향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인문철학 고전을 읽기 시작할 팁이 있습니다.


첫째, 낭독하며 읽도록 합니다. 예전 서당에서 천자문을 외울 때 소리 내어 읽었던 것처럼 소리 내어 읽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습니다. 빨리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슬로우 리딩을 하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이 인문철학 고전입니다.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사유하기 위한 독서입니다. 하루에 한쪽, 두 쪽을 읽더라도 소리 내어 읽고 나의 삶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합니다. 인문철학 고전은 사고력이 어느 정도 발달한 다음 시작하는 것이 좋고 그래서 초등 고학년 시기에 많이 시작합니다.


둘째,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필사하도록 합니다. 소리 내어 읽은 후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 하나씩을 따라 적도록 합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하루에 읽은 내용 전체를 필사하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눈으로 읽고, 소리 내어 읽고, 손으로 쓰면서 읽었을 때 책을 이해하는 정도는 훨씬 깊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내가 쓴 필사 노트를 보고 다시 한번 생각을 되짚을 수 있습니다. 따라 쓰고, 다시 생각해 보고, 거기에 내 생각을 얹고 이 모든 작업이 스스로 공부하는 힘이 생기는 과정입니다. 인문독서를 하는 것은 그 시대의 가장 훌륭한 사람을 나의 멘토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 사람과 나의 꾸준한 대화 과정에서 사고력과 더불어 읽기 능력과 학습 능력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요?


셋째, 최소 세 번 이상 읽기를 추천합니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책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고 합니다. 조선 시대 세종 또한 ‘백독백습’이라고 하여 백 번 읽고 백번 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냥 읽고 덮는 독서가가 아니라 책의 한 줄 한 줄의 의미와 행간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 그 책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입니다. 인문철학 고전 또한 읽을 때마다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넷째, 가족과 함께 읽습니다. 고전이라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대상 독자의 폭이 아주 넓은 책이지요. 아이들이 처음 인문고전을 시작하려고 할 때는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입니다. 읽는 대상에 따라 같은 책도 이해의 범위가 다릅니다. 어른과 아이과 함께 읽는다면 같은 책에 대한 이해가 각기 다를 것입니다. 아이들이 처음 읽기 시작할 때, 저녁에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함께 읽고 서로가 이해한 의미를 나눈다면 아이에게 인문고전은 재미있는 대화주제가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려워 보이는 고전독서도 부모님과 함께 같은 부분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공유하는 독서를 느끼고 배울 것입니다. 부모님은 저녁에 드라마를 보며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아이에게는 ‘논어’를 읽으라고 한다면 아이에게 ‘논어’는 정말 지루하고 하기 싫은 일과가 될 것입니다. 처음은 부모님과 함께! 부모님과 아이 모두에게 성장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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