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정현종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 튀어 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순례 주택 p.240-
순례 주택은 비룡소 청소년 문학 작품이다.
아이가 크니 여러 장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더 어려서부터도 가능하지만 뭔가 아이와의 대화라기보다 서로 책을 읽고 나서 친구와 대화하는 느낌이 좋다.
유은실 작가의 '일수의 탄생'이라는 작품을 본 적이 있다. 더 정확하게는 아이가 읽는 것을 본 적이 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372922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라난 아이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결국 '나'는 누구인가의 물음을 끊임없이 던진 책이다.
아이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나는 이 책을 보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렇게 철학적인 주제를 이렇게 재미있고 명료하게 아이들에게 끌어내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
이 작가의 '순례 주택'은 '어른 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라는 이름의 '순례' 할머니가 때를 밀어 이룬 순례 주택에서 공동체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서, 순례 할머니와 오수림의 '1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과연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명문대를 나온 오수림의 엄마 아빠, 그리고 전교권의 성적을 내는 언니 '오미림'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솔직히 말하면' 엄마는 끊임없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서열화하고 그 기준 속에 들어있지 않은 사람들을 무시한다. 명문대, 좋은 아파트, 성적, 돈으로. 명문대에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 강사를 하는 아빠도 경제력이 없이 주변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둘 다 현실적인 감각은 전혀 없는 온실 속 화초 같은 사람들인데 쫄딱 망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글쎄."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한 번은 식당에서 옆에 있는 부부 모임 얘기 듣고 깜짝 놀랐어. 늙은 부모가 차를 뽑아 줬다, 애들 학원비를 줬다, 매달 생활비를 받는다...... 그런 걸 자랑이라고 하고 있대. 부모 도움 없이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마흔 넘어 뵈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떠들더구먼. 아주 '누가 누가 더 어린가' 내기를 하고 있더라고, 네 엄마 아빠가 그런 이들이랑 어울렸나 싶다."
책장을 덮고, 나는 어른인가?라는 물음을 해 보았다.
아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