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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Feb 04. 2022

우린 이렇게나 달라.

인테리어를 하다가

이사 온 지 딱 1년이 지나간다.

이사하면서 인테리어 한다고 방학 때 한두 달 오피스텔에 살았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 참 빠르구나.

인테리어는 남편이 주관했다.

정말 결혼 10년 넘게 가장 마음에 드는 순간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ㅋ

집안의 많은 일을 내가 주관하고 남편은 다 순응해 주는 편이었는데 스스로 하겠다고 나서니 이 얼마나 멋지던지.

결혼 전 내가 알던 그 '오빠'라는 사람이 잠깐 돌아온 듯했다.

매일 아들들과 함께 엄마 놀리며 돌아다니던 그 아저씨가 아니라. 

남편이 어떤 식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저장해 놓으라고 했다.

핀터레스트나 인터넷에 올라온 예쁜 집들을 열심히 보기는 했지만 고친 집들이야 다들 깔끔하고 예쁘기 마련이니.

나는 남편에게 '웨인스 코팅' 딱 하나만 요구했다. 약간 공주 집 느낌으로. 깔끔하고 여성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컨셉을 이야기해주었다. 

뭐.. 남자 셋, 여자 한 명 살지만. ^^

남편은 내 요구대로 거실에 웨일스 코팅을 베이스로 인테리어에 들어갔다.

자꾸 나에게 타일 골라봐라, 색깔 골라봐라 하는데 난 봐도 모르겠다.

'이거'라고 골랐더니 이건 요즘 트렌드가 아니란다. ㅡㅡ;;

다른 건 다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주방'을 할 때 격돌이 일어났다.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보니 이것도 약간의 '웨일스 코팅' 느낌.

남편이 주방까지 이러면 투 머치라며 

깔끔한 네이비로 해야 한단다.

아니, 맨날 다 내가 하자는 대로 했으면서 주방에서 왜 '네이비'

너무 튀는 거 아니야????

'난 네이비 색 주방은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어' 

라니까 여러 인테리어 사진을 보여 주면서 설득에 나섰다 .

이 정도면 설득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이상할 것 같아 계속 망설였다.

결국, 가운데를 기준으로 반반 !! 주방을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한 쪽은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그리고 안쪽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은 남편이 원하는 스타일로!

이렇게 반반 주방이 탄생하였다.

내가 원하는 주방
남편이 원하는 네이비 주방
반반 주방

역시 우린, 이렇게나 다르구나.

먹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예쁘다고 생각하는 기준도 모두 모두 다르구나.

그래도, 그 동안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한 거겠지?

그런데, 이것도 괜찮은 거 같아 ^^

꼭 하나로 맞추지 않아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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