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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Feb 22. 2022

2월, 토요일, 대치동 학원가

치열하구나

말로만 듣던 대치동 학원가를 가보았다.

아이의 학원 레벨 테스트를 예약하고 별생각 없이 간 곳이었는데 그 근방에 가기만 해도 

'아, 여기가 학원 가구나.' 싶었다.

학교에서 하교할 때 아이들이 우르르 나오는 것처럼, 검정 패딩을 길게 입은 중고생들

엄마 손을 잡고 학원을 들어가는 아이들

점심시간 친구와 함께 분식집에 밥 먹으러 가는 아이들

그리고 커피숍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님들.

정말 많은 학원에서 시차를 두고 한 무더기 씩 나오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진짜 많은 아이들이 토요일 이곳을 오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놓고 나니 다른 학부모들은 모두 어디 간 지 모르게 없고

시간은 1-2시간 걸린다는데 어디 가 있을 곳도 없어서 그 근방을 계속 걸어 다녔다.

간판을 보며 '아, 여기가 들어봤던 그곳이구나.'

'이 학원이랑 이 학원은 서로 가깝게 있네.'

'저 학원은 무슨 학원이길래 사람이 저렇게 많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두리번거리며 걸어 다녔다.

누가 보아도 이곳에 처음 온 사람처럼.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문득

학교에서 보는 아이들과 학원에서 보는 아이들이 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보면 '제 학년의 교과 내용'을 매우 쉽게 생각하거나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그래도 선행이 있는 영어 정도야 그런 경우가 간혹 있을 수 있지만 수학만 하더라도 지금 배우는 단원의 심화 문제까지 거뜬하게 풀어내는 아이는 많지 않다. 정말 2-3명 있을까 말까 한 정도.

글을 쓰는 실력을 보면 오히려 아쉬운 정도의 실력을 가진 경우가 참 많다. 

정말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도 꽤 많고.

그런데 학원에서는 '제 학년의 교과 내용'을 배우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처럼 느껴진다. 레벨 테스트 자체가 1,2년 정도 선행된 내용을 본다고 하니.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 보는 그 수준이 내가 봤을 때는 지문도 어휘도 무척 어려운데 '이걸 아이들이 다 한다고?' 싶다. 이래서 흔들리는 거겠지.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느낌이 드는 거 같고.

남들 다 저기 있다는데 우리 아이만 아래 레벨인 거 같으면 자존심도 상하고 말이다.

서열화가 참 무서운데, 또 내 아이를 분명하게 볼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명확한 기준이 되기도 하는 것.

딱 한 번, 레테 보고 느낀 감정이 참 다양하다.

2월의 토요일, 대치동 학원가는 참 치열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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