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온쌤 Feb 18. 2022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두 아들과의 데이트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할 때가 되었다.

걸어서 15분쯤 되는 거리를 아이들과 산책 삼아 갔다 오려는데 

지난번 아빠와 도서관에 갈 때 따릉이를 타고 갔는지 오늘도 따릉이를 타고 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넓은 곳에 아무도 없을 때만 비로소 갈 수 있는 정도의 실력.

좁은 길에 사람이 다니는 길을 자전거로 간다는 건 생각도 못 할 일이다.

따릉이를 탈 일이 없으니 어떻게 빌리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당황한 엄마의 표정을 보며 집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나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한다.

세 명이서 힘을 합쳐 자전거를 꺼낸다.

빈 가방에 본인들 책을 7-8권씩 넣어 뒤로 메고 장갑을 끼고 함께 나간다.

처음 시작은 단순한 책 반납이었는데 아이들에게는 이미 신나는 데이트가 되어 버렸다.

"엄마는 걸어갈게, 중간에 차 조심하고 자전거 길로만 다녀."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아이들은 아주 멀리 가지 못한다. 중간에 엄마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가고를 반복한다.


1. 첫 번째 나들이 : 도서관 



도서관에 먼저 도착한 아이들이 무인 반납기에 하나씩 조심스레 책을 넣는다.

그리고 책을 빌리는 곳에서 본인들이 좋아하는 책을 15권 빌렸다. 


아이들은 책 빌리고 반납하는 기계 사용하는 그 사소한 행동을 참 좋아한다. 꼭 확인증도 영수증처럼 챙기고 말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이들이 책 빌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런데 큰 아이가 내게 와서 ' 지난번 왔을 때 최태성 책이 있었는데 없어요. 검색해 봤더니 다 없어졌어.'라고 하더라.


어떤 책인데? 하고 검색한 것을 보니 이것.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21139043

아이가 방학 때 최태성 한국사 수업(유튜브 무료 강의)을 들었다.

5학년 중에는 스토리 한국사와 만점 왕 사회로 역사를 들었는데 겨울 방학이 되니 좀 더 심화된 내용으로 한 번 더 들었으면 해서 함께 공부해 보자고 했던 것이다.

아들은 이 강의를 듣고 책에 관심이 생겼나 보다.

"그럼 우리 서점에 이 책 있나 살펴보러 갈까?"

라는 나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또다시 여행을 떠난다.


2. 도서관에서 서점으로


우리가 가고자 하는 서점은 교보문고 강남점.

그리고 지금 시간은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사람 많은 대로를 곧 있으면 점심시간이 될 텐데 잘 갈 수 있을까 싶은데 신난 아이들을 보니 

그래 해보자는 마음으로 그나마 한적한 아파트 길 사이로 지나간다.

아이들은 자전거로 나는 열심히 걸어서.

분주한 평일 점심의 강남을 활보하다 보니 교보 문고에 다다랐다.

자전거를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아이에게 미션을 주었다.

"엄마가 자전거 지키고 있을게. 가서 검색대에 원하는 책 검색해서 찾고 결재해서 나올 수 있어?"

"응, 해볼게"

사실 엄마가 해도 될 일이지만 아이에게 시켜보고 싶었다.

동생과 함께 신나게 들어가는 뒷모습, 문 앞에 서서 인사하는 직원분께 더 깊이 인사하는 우리 아가들을 바라보면서

"아이고, 많이 컸다. 맨날 울더니.."라는 생각이 들어 혼자 뿌듯.

한참 뒤 나왔을 때 빈손이길래 못 찾고 헤맸나 싶었더니

모든 책이 다 품절이어서 살 수 없었다고 했다.

아쉬워하는 아이에게 그래도 잘했다며 무한 칭찬.


3. 바게트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

강남 교보문고를 나와 엄마의 점심 '바게트 샌드위치'를 사러 출발.

아침도 간단하게 먹고 나온 아이들은 배가 고프겠다.

북적북적한 곳을 지나 조금 한적한 곳에 오니 아이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게 보인다.

"힘들지 않아?"라고 해도 마냥 행복한 아이들.

사실 방학 동안 어디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었던 아이들에게 이 산책이 그냥 좋기만 한가보다.

달랑 엄마의 샌드위치만 하나 사고 나왔다. 아이들은 짜파게티가 먹고 싶단다.

어느 정도 오다 보니 조용한 산책길에 닿았다. 새소리, 나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앞서 지나가는 자전거 두 대가 참 좋다.

중간에 멈춰서 아이들끼리 무엇인가를 보고 소곤대다가 다시 출발한다.

아이가 보이지 않네,라고 생각하고 보면 저기 신호등에서 기다리고 있다.

아이가 조금 늦게 오는 나를 항상 기다려 주고 있다.

해맑은 미소로. 


4. 마지막 장소는 약국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집 근처 약국.

사실 둘째 아이와 한 약속이 있다.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보상으로 걸지 않은데 둘째는 그마저도 잘 통하지 않는 그냥... 다른 생명체.

그 아이가 나에게 요구한 것은 '텐텐 큰 통'

오늘은 그 약속을 지키는 날.

마지막 약국에서 큰 텐텐 한 통을 사서 가슴에 들고 우리의 산책을 마친다.

너희와 함께하는 시간은 늘 즐거워. 

매거진의 이전글 내일이 보름이라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