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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Feb 14. 2022

내일이 보름이라길래

요리는 언제 느는가

엄마랑 통화하는데 내일 보름이라서 '찰밥'을 해 드셨다고 하신다.

엄마는 항상 보름에는 여러 가지 나물을 만들고 찰밥을 해서 주셨다.

그때는 감사보다 당연한 마음으로 먹었는데, 내가 챙겨 먹으려니 그 또한 일이다.

그런데, 무슨 바람인지 갑자기 약밥을 만들고 싶어졌다.

찹쌀도, 밤도 있길래 또 '약밥 만드는 법'을 검색해서 몇 개의 글을 읽어보았다.

그중, 쉬워 보이는 몇 개의 레시피에 맞추어 찹쌀을 불리고 대추씨로 물을 내어 밥솥 약밥을 시작했다.

예전 약밥으로 케이크를 만들어 생일상을 차린 적이 있었다. (휴직 중의 나) 그때  제법 쉽고 그럴싸했던 기억이 있어서 나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취사가 완료'되었다는 알람에 밥솥을 열어보니 뭔가 하얀 밥의 느낌이....

'어? 뭐지? 색이 왜 이러지?' 하고 한참을 생각해 보니

'흑설탕'을 넣으라는 것을 '황설탕'을 넣은 것이다.

그리고도 밥이 색깔을 볼 때까지도 뭐가 잘 못되었는지 몰랐다. 

아.... 나란 사람...

정말 요리 무식자.

황급히 간장을 좀 붓고 참기름도 좀 더 넣고 긴급 처방을 해 보았으나 이게 최선이다. 

남편에게 긴급 카톡을 보냈다.

설탕 잘 못 넣어 색이 영 이상하다... 고.

남편은 나의 모든 요리를 '소꿉놀이'로 보기 때문에 오늘도 즐거운 소꿉놀이한 것으로 만족하란다.

이 소꿉놀이는 도대체 언제쯤 요리가 되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다며 먹는 아들들과

묵묵히 세 개를 먹고 내일 아침으로 먹고 가겠다는 남편.

그 들 덕분에(?) 요리를 아직 포기하지 못했다. 

(우연히, 오늘이 결혼 13년차네. 그 동안 요리를 외주 주지 않고 꾸준히 했는데 이렇게 못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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