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총회에 참석했다.

by 라온쌤

큰 아이가 이제 6학년이 되었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지 6년이 되었는데 이제야 처음으로 아이의 학부모 총회에 참석해 보았다.

그동안은 총회 날이 늘 겹쳐서 (보통 총회는 3월 3주 수요일) 가지 못했는데 우리 학교가 1주 먼저 하는 바람에 아이의 총회에 참석해 볼 기회를 얻었다.

교사로서 나는 학부모님들이 총회에 많이 참석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나는 한 번도 참석을 안 했으면서 말이다.

일 년간 아이 생활의 많은 부분을 할애할 학교생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함께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알고, 담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우리 반의 특성은 어떻고 어떤 교육 활동을 할 것인지 알려드리고 싶고 또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6학년과 3학년의 두 아이의 학부모 총회 시간이 겹쳐서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6학년 큰 아이 반으로 들어가 보았다.

보통은 동생 반에 먼저 가시던데...

참석해 보니 참 어색하더라.

교사가 하는 이야기들이 크게 잘 와닿지 않더라.

가장 어색한 시간은 학급 대표를 뽑을 때, 담임 선생님도 계속

'혹시 봉사해 주실 분 안 계실까요?'라고 말씀하시고

서로 묵묵부답....

6학년 학부모 총회에 17명이나 올 정도의 엄청난 관심을 보이셨으나 그럼에도 이 시간은 서로에게 참 어색한 시간이더라.

결국 선생님이 남자 회장 어머님께 부탁을 드렸다.

정말, 교사가 학부모 총회에 학급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이 방법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왜 교사가?

왜 꼭 총회에?

학부모 총회는 정말 교사와 학부모 간에 1년간의 브리핑을 하는 중요한 자리인데 이게 부담스러워 참석하지 않는 분들도 꽤 많을 것이다.

교사는 어떤가. 열심히 준비를 해도 부담된다고 참석이 어렵고 오신 분들에게도 계속 이런 불편한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싫은지.


몇 년 전, 5학년을 할 때 학부모 총회에서 학부모님과 의미 있는 인사를 하겠다고

프리즘 카드 80장을 칼라 출력해 코팅한 다음 만들었더랬다.

겨울 방학에 연수 받은 것이 좋아서 한 번 해 봐야지 벼르고 바쁜 3월 열심히 자르고 오리고 하며

원형으로 자리 배치를 하고 오시면 프리즘 카드를 통한 아이 소개를 해 보아야겠다며 계획하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딱 2분이 오신 것이다.

그중 한 분은 목에 깁스를 하시고 본인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생각하셔서 아픈 몸을 이끌고 나오시고

다른 한 분은 중간에 동생 반에 가신다고 나가셨다.

진짜 난감했던 해였다.

그때, 나는 학부모회 담당 선생님께 전화드려 '제가 전달사항을 전달해도 될까요?'라는 부탁을 했었었다.

정말, 그러려고 했다. 회의 전달 사항이나 학부모 연수를 학급 대표라고 차출되어 가는 것도 부담스러울 테니 내가 대신 받아 전체에 공지할까 했던 것이다.

결국 그날 오지 않으셨던 한 분이 하시겠다고 나서셨지만, 학급 대표를 뽑는 것이 총회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학부모 총회를 하고, 아이의 총회에 참석해 보니

다시 새로운 고민이 들더라.

어떻게 학부모님과 교사가 의미 있는 소통을 나눌 수 있을까.

내 아이를 위한 개인적인 부탁의 소통이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아이를 위한 방법을 찾아가는 소통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이렇게 총회의 주간이 가고, 이제 상담의 주간이 돌아온다.

3월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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