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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임원 선거를 나가지 않는다는 아이

실패를 두려워 하는 아이에게

by 라온쌤

교사로서 나는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원 선거에 나간다고 이야기해 주기를 바랐다.

학급의 원활한 선거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도전하도록 하고 싶었다는 쪽이 더 맞았다.

이전 학교에서는 5학년까지 학급 임원이 없었다.

학급 임원이 없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누구나 다 학급의 주인이다.

네가 반장이니까, 네가 부반장이니까, 나는 반장이 아니니까 와 같은 생각이 없다.

그냥 우리는 다 같은 구성원이라는 생각이 강했고 누구나 자신이 다 잘할 것 같은 생각이 가득했다.

그런 학교에서 와서인지, 나는 당연히 아이들이 손을 번쩍번쩍 들고 다 하겠다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쭈뼛쭈뼛하는 모습을 보고 누구나 할 수 있다. 원하면 자신감을 가져라.라며 한껏 북돋아 주었다.

교사의 이런 몇 마디 만으로도 아이들은 그 순간 용기를 내어 도전하였고 그래서 많은 아이들의 도전으로 투표에 투표를 거듭하여 임원 선거를 마쳤었다.(작년에)

그리고 용기를 낸 아이들에게 먼저 한껏 칭찬해 주었고 지금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 디디는 것이 다음 도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데 그 뒤 진행된 학부모 상담에서

학급 임원 선거에 나간 후 많은 표를 얻지 못해 많이 속상해했다는 이야기

아이의 능력은 숫자로 한정될 수 없는데 이렇게 숫자로 정해지는 임원 선거에 나가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

등 아이들의 좌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나는 당황했다.

내가 생각을 못 했구나. 아이들에게 학기 초 선거에서 진다는 것이 생각보다 더 큰 상처와 좌절로 다가온다는 것이.

특히, 1학기 아이들은 이제 몇 번 보지 못해 서로 서먹한 사이에서 치르게 된다.

이때 받는 표 수가 자신에 대한 인기투표와 같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 그래서 1,2표 받는 아이들이 너무도 의기소침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임원 선거는 과연 교육적일까?

아니, 어떻게 해야 임원 선거가 아이에게 실패를 학습 시키는 것이 아닌 자치활동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아이는 적극적으로 나와 나를 어필하는 반면 어떤 아이에게는 그런 행동이 무척 어렵고 힘들다.

원하지 않는데 자꾸 주변 친구들이 추천하기도 하고 부모가 나가기를 권하기도 한다.

뭔가 임원을 하는 아이가 리더십이 있는 아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공부 잘하거나 모범적인 아이, 혹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 임원 선거에 대한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자.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권할 필요가 없다. 학급 내에서는 학급 임원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학급에서 각자의 역할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하는 아이는 그 역할을 하면 되지만 원하지 않는 아이에게 자꾸 권하는 것은 그 아이에게도 스트레스이다. 원하지 않는 것도 아이의 선택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만 인기 있는 아이만 임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아이는 원하는데 부모님께서 하지 않기를 권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자.

2. 아이의 도전 자체를 응원하자.

임원 선거에 나갔다면 결과를 떠나 스스로 도전했다는 부분에 대해 많은 격려를 해주자. 떨어진 아이에게도 그날 함께 치킨을 먹는다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나간 것'에 대한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자. 마치 임원이 된 후에 하는 축하파티처럼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큰 용기를 얻을 것이다.

최근 큰 아들이 임원 선거에 나간다고 전 날 스스로 선거문을 작성하고 한참을 노력하더니

다음 날 와서 임원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나 밝길래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라고 물어보니

'2학기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 나의 선거문이 좀 요즘 스타일이 아니더라.'라고 이야기하더라.

그날 저녁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며 '네가 스스로 용기 내고 스스로 준비했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생각해서 다시 도전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참 멋지다'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걸 듣고 있던 둘째가 ' 아, 나도 나가볼걸'이라고 하더라.

작은 차이이지만 이 기회를 통해 아이가 '내가 아이들에게 인기 없는 학생이구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런 도전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는 늘 성공하지 않는다.

한 번의 성공보다 백 번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자라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실패가 무섭고 두려워 피하기만 한다면 아이가 자라날 기회가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할 것은 성공하는 법이 아니라 실패 속에서 어떻게 나를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느냐가 아닐까.

매번 성공해야만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자라나는 것은 아니라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배워서 다시 도전하는 아이야말로 자존감이 높은 아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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