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세 명의 각각 다른 남자아이가 줌 수업 중에 울었다.
1. e학습터 아이디를 잃어버렸다고
2. 과제를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고
3. 선생님이 내 말을 안 들어줬다고
이제 막 5학년이 된 아이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서 좀 지켜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면 등교를 시작하고 나니 교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싸우고 여러 번 우는 상황이 발생했다.
왜 아이들은 이렇게 억울할까?
그 마음속은 어떨까?
어떤 경험들로 어떤 것들을 학습하며 자라왔을까?
EP1> 이기고 싶은 욕구가 강한 아이들
교과 시간 단원 마무리를 할 때 보통 많이 하는 모둠 게임이 있다.
여러 개의 문제 중 모둠별로 하나를 뽑아 문제를 풀고 그 문제에 해당하는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그런데 게임적인 요소를 넣다 보니 다른 모둠과 점수 바꾸기, 꽝 같은 것도 있고 문제에 따라 점수가 다르게 배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싸움이 일어난 것은 이런 교과 시간 게임을 진행한 경우
1-1) 마지막 모둠이 점수 변경권을 얻었는데 1위인 팀이 옆에서 우리 팀 말고 2위인 팀과 바꿔달라고 부탁하고 둘은 동맹관계(ㅠㅠ) 그 부탁을 들어주었을 때 생기는 1위 팀과 2위 팀의 갈등.
물론 억울할 수 있고 속상할 수 있다. 이해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것에 대해 화내고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거부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교과 선생님께도 그랬고, 나에게도 그랬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자 서로 욕이 오가는 상황이 되었다.
1-2) 모둠의 답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대표로 답을 이야기 한 아이가 잘못된 답을 이야기해서 점수를 얻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모둠의 다른 아이가 이 아이를 비난하는 상황.
'너 때문에...' 그 이야기를 들은 답을 말한 아이와 서로 수업 시간에 벌어지는 다툼.
1-3) 외부 수업 선생님께서 발표를 시키는데 나도 하고 싶었는데 나는 안 시키고 다른 친구만 2번 발표를 했다고 선생님께 눈 흘기고 '와 이거 실화냐'라며 눈물을 흘린다.
EP2> 수업에서 소외되는 아이들끼리의 경쟁
우리 반에 정말로 올해 애정과 관심을 많이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다. 작은 마음속에 무언가 슬픔과 울분이 있는 친구로 보이는 세 명의 아이들. 수업에 전혀 관심이 없고 본인의 세계에 있다. 그런데 그들끼리도 무언의 경쟁이 있더라.
다른 친구들과는 크게 다툼이 없는데 이 친구들끼리 서로를 미워하고 싫어하고 헐뜯으려고 한다. 조용히 수업과 관계없이 그들만의 리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와서
'선생님, C가 저보고 꺼지래요.'라고 앞뒤 문맥 하나도 없는 사건을 보고한다.
금요일 교과 시간에 이런 1번과 2번의 상황이 동시에 일어나서 교과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선생님께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시며 '아, 남자애들이 맨날 싸우고 울어. 수업 진행이 안된다.'라고 하셨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교사 마음도 쿵 하고 내려앉는다.
내 새끼들이 뭐가 문제일까. 어떻게 풀어야 할까.
3교시 수업을 들어가기에 앞서 물어보았다.
'혹시, 교과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니?'
A라는 학생이 답을 이야기했는데 오답이었고 같은 모둠 B라는 학생이 틀렸다고 핀잔을 주자 A와 B가 서로 삿대질을 하면서 싸웠다는 이야기.
A라는 학생의 이야기를 다 듣다가 '그럼, 너는 B라는 친구가 너를 무시하고 공격한다고 생각을 했구나.'
B라는 학생은 이미 이야기를 하며 울먹거린다. 이기고 싶은데 안될 것 같으니 너무 화가 났었다고 이야기하더라.
'B는 정말 많이 이기고 싶었었구나.'라고 감정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친구들 전체와 함께 이야기해보았다. A와 B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반 전체의 이야기이니까
만약 우리가 다시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승패를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친구를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감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미 A와 B 친구도 그 시간이 지나가니 본인들의 행동이 잘한 행동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잘하고 싶고 잘한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구이다.
어린아이들이라고 그렇지 않겠는가.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잘하는 것에만 너무 몰두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아직도 살펴보고 관찰하는 중이지만, 올 한 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보살펴야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5학년이 끝나고 6학년이 되었을 때에는 울지 않고 내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나 말고 친구의 감정도 함께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