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이 너무 많아
엄마가 생각하는 꿈과 아이의 꿈
2016년부터 서울시 교육청 진로교육 자료 개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 해 학교로 보내는 진로교육 자료 책 한 권을 여러 선생님들과 나누어 한 파트씩 만들고 있다.
올해 맡은 팀에서는 '스토리텔링'으로 진로교육 자료 만들기를 하고자 동화책을 한 권 골랐다.
여러 후보들이 있었으나 최종 선택된 책은 김리리 작가의 '나는 꿈이 너무 많아'
스토리도 재미있고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들도 많아서 딱이다.
슬비는 학교에서 나의 꿈에 대해 적어오라는 숙제를 받는다. 잘 쓰면 상도 받는다고 하셨다.
슬비는 교장선생님이 되어 숙제 내주는 선생님 혼내주고 싶기도 하고
문방구 주인이 되어 슬러시를 잔뜩 먹고 싶기도 하다.
미용사가 되고 싶기도 하고 케이크를 만드는 사람도 되고 싶다. 옷가게 주인도 해 보고 싶고, 파티 플래너도 해 보고 싶다.
글짓기 숙제가 있다는 것을 안 엄마가 너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셔서 다 말해 보았지만 안된단다.
그건 상 받을 수 없는 꿈, 그리고 꿈은 거창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의사를 하라고 하신다. 돈을 많이 벌어서?라고 하니 그건 글짓기에 쓰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
결국 엄마가 왼손으로 글짓기 숙제를 해주시고 슬비는 다음 날 이 숙제가 마음에 걸려서 내지 못한다.
다시 와서 자기가 하고 싶은 모든 걸 적어 봤더니 8장이나 되었단다.
상은 재현이가 받게 되는데 재현이는 동물원에서 일하고 싶다고 썼다. 날마다 동물을 볼 수 있는 곳. 그리고 나이가 들면 아파트 경비원이 되어 떠돌이 개나 고양이를 돌봐줄 것이라고 썼다. 자신의 할아버지처럼.
그 이야기를 하는 재현이는 정말 꿈을 이룬 것처럼 행복한 얼굴이었다.
자료를 만들 때는 아이들에게 '직업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려고 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고 이 책에 있는 문장들을 다시 바꾸어 보는 활동을 진행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진로를 이야기할 때, '직업'에 대한 이야기보다 '직업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누어보았으면 좋겠다.
네가 되고 싶은 직업보다 네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의사' '공무원' '교사'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물음보다
내가 '능력 발휘' '도전'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것을 만족시킬 만한 활동들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다.
아이의 진로에 대한 고민은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아무런 대화 없이 그저 열심히 공부하다가 고등학생이 되어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아이들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에 당황한다.
어느 날 갑자기 점수에 맞추어 내 꿈을 재단하지 않고
우스갯소리처럼 '돈 많은 건물주'라고 대답하지 않고
진지하게 나를 살펴보는 것은 어릴 때부터 함께하는 것이다.
스스로 좋아하는 것과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다른 아이들과 잘 의사소통하는 것도 모두 '진로 교육'의 1 영역 목표이다.
중학교 자유 학년제 시행에 대해 학부모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이에게 공부하지 않고 정말 막연한 시간들이라고.
아이들에게는 아직 자신의 꿈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이 시간이 난감하고 그냥 노는 시간쯤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 내 삶을 살아갈 때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나의 일을 정할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은 중요하고도 소중한 시간이다.
슬비 엄마처럼 엄마의 꿈을 아이에게 전가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의 꿈을 존중하고 키워줄 수 있는 엄마가 되도록.
아이의 꿈을 들어보고, 엄마도 꿈꾸고 있음을 말해주는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재현이의 마지막 표정처럼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는 행복한 아이가 되기를...
TIP. 진로교육 자료 많은 곳
초등학생의 경우 '주니어 커리어넷' 한 곳만 아셔도 아이와 함께 충분히 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흥미 검사, 진로 가치관 검사부터, 미래 직업 트렌드와 직업 동영상, 진로 상담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많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