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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Aug 19. 2020

모차르트,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내 모습 그대로

최근 모차르트 뮤지컬을 본 후, 이 노래가 내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관습과 콜로레도 주교의 권위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공간(빈)에서 자기만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하는 모차르트. 

어릴 적 천재성을 귀족들에게 보이며 후원자를 모으고, 아들이 자신의 천재성을 통해 가족과 함께 잘츠부르크에서 안정된 삶을 살기를 바라는 아빠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빈에서 성공을 거둔 후, 아빠를 만나는데.. 아빠는 네가 우리 가족을 버리고 간 것이라며

모차르트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고 떠나간다.


그때, 모차르트가 부르는 넘버 '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나는 믿었네 나의 기쁨 함께 나누러 오셨다고 당신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혼자서는 안돼요 금세 용기를 잃지 자랑스러운 모습 보여 드리려 했는데 나를 외면하셨네

 왜 사랑해주지 않나요 내 모습 그대로 

네 맞아요 나는 의지 약했죠 기대 저버렸었죠 그래요 성공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죠 어리석은 아이  내 안에 내 어릴 적 그 아이 그도 역시 묻지요 

왜 사랑해주지 않나요 내 모습 그대로 

가까이 갈수록 멀어지는 느낌 내 목소리 절대 듣지 않아 더욱 알 수 없는 건 아버지 떠나버린 이유 난 다른 사람 될 수 없어 나는 그렇게 될 수 없어 아버지가 원한 삶보다 그냥 내가 되겠어 

절대 다시 천재로 살진 않아 어린 시절처럼  나 사는 동안 그저 그 귀여운 한 아이 기억 속에 간직할래 돌아가진 않아 계속 나의 길을 가고 싶어 돌아가는 건 의미 없어 

이해하고 사랑해주지 않나요 내 모습  

왜 사랑해주지 않나요 

사랑해줘요 

내 모습 그대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키우기를 바라는 아빠와

그냥 나 자신 스스로를 인정해 줄 수 없냐고 외치는 아들.


레오폴트가 너무 꽈 막히고 아들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한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 모차르트가 새로운 세상에서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웠고,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한 이 곳에서 가족과 함께 순응하며 사는 것이 안전하고 최선의 방법이라고 아빠는 생각하셨을 것이다.

아빠의 욕심보다는 정말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런 아빠의 입장에서는 모차르트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을 돌보지 않는 이기주의자쯤으로 생각됐을 것이다.


모차르트는 5살부터 귀족들의 후원을 받으러 사교 살롱에 다닌다. 아빠는 '네가 어리니까 지금 가치가 있는 것이지 크고 나면 평범한 작곡가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빠는 왜 모차르트를 있는 그대로 그냥 사랑해 주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두려워했을까.

그렇게 가 버렸을 때 모차르트는 얼마나 상처 받았을까.

그럼에도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모차르트. 

이들의 관계가 정말 슬프다.


계속 생각하다가... 나의 큰 아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 아이는 정말.. 태어났을 때부터 예민 대왕이었다.

밤 새 울고, 밤 새 자지 않는 덕분에, 나는  24시간 몽롱한 상태였고

우울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모든 아이가 이러는 줄 알았다.

말 못 하는 갓난아기에게 내가 무슨 호소를 해 볼 것인가.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러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이 아이는 정말 신기하게 저녁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아이가 존재하는 줄 몰랐다.

그 와중에도 세 살 위 첫째는 우느라 잠을 안 잔다.

아.. 잠자는 걸 왜 그렇게 싫어하는가. 잠투정만 3-4시 간인 건

더 커도 똑같다.


내가 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그 모습 그대로..


아니다. 나는 사실 큰 아들에게 

'넌 도대체...'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을 수 없이 했으며

내 판단에 예민한 아이, 엄마 힘들게 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항상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둘째에 비해

첫 째 아이는 항상 엄마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한다. 

아.. 내가 레오폴트였나?

잠투정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새로운 첫 째에게는 부모의 욕심과 

부모의 기대와 서툼이 다 들어가 있으니 그렇겠지.


만약, 첫 째가 새로운 여정을 찾아 혼자 떠나겠다고 이야기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한 그 길이 전혀 아닌 어떤 곳으로 간다고 하는 아이에게

쿨하게 '너를 믿어. 네가 한 판단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엄마, 엄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는 엄마였으면 좋겠다.

뮤지컬 하나를 봐도 이렇게, 내 마음대로 대입하고 내 마음대로 해석하니..

나도 엄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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