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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Jun 18. 2022

함께 걸어 좋은 길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배우는 아이들

교사가 가장 기분이 좋은 순간은 언제일까?

수업을 하는데 아이들과 상호작용이 잘 되는 순간, 아이들이 배움에 빠져드는 순간이 있다. 

쏘~옥 빠져드는 그 순간 반짝이는 눈을 서로 보고 마음과 마음이 닿는 것 같은 순간.

최근 아이들과 음악 수업을 하다가 그런 순간을 맞이했다.

요즘 음악 수업 중에 음계와 계이름 수업하면서 아이들과 살짝 멀어질 뻔했다.

사장조의 음계를 알고 계이름을 찾는 학습을 하는데 아이들이 무척 어려워하더라. 

오늘 이야기하고 다음 시간에 또 새롭고....

그렇게 힘든 고개를 넘어 그날은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었다.

'부분 2부 합창'을 알고 위 성부와 아래 성부로 나누어 부르는 것이 학습 목표였는데.

고학년 음악 수업을 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거의 입을 열지 않는다.

아니, 입은 여는데 소리가 안 난다.

그래서 술래 찾기 노래 부르기, 미션 노래 부르기 등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입을 떼어 노래 부르게 만드는데 애를 쓴다.

노래도 잘 안 부르는데 '부분 2부 합창'이라니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아니 웬걸~ 노래방 한 시간이 되었다.

우선 노래는 전 시간에 대강 익혔고 2부 합창을 위해 노래를 다시 들려주는데 아이들이 흥얼흥얼 따라 하더라.

그래서 '우와~ 노래 기억하는구나, 잘하네. 기억나는 사람은 살며시 따라 불러봐.'라고 했더니 노래 부르는 소리가 조금씩 조금씩 커지더라. 

음이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별로 말하지 않았고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기를 계속하는데 어느 순간 점점 소리가 커지더니 자연스레 아래 성부를 넣어 부르더라.

'와, 말 안 했는데 어떻게 알고 불렀어? 합창단 같아.'라고 또 한껏 치켜주었더니 세상에나 더 예쁘게 부르는 것이다.

소리 지르는 아이도 없고 딱히 정하지 않아도 부분 2부 합창이 정말 아름다운 소리로 나오더라.

늘 Teach less, Learn more를 외치는 나이지만 이 순간, 진짜 교사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구나.

아이들 스스로 배우는구나를 느꼈던 순간.

점심시간 걸그룹의 노래를 따라 하고 힙합을 한다며 거친 노래들을 따라 하던 아이들이 이 예쁜 동요를 

열심히 부르는 모습을 보니 같은 아이들이 맞나 싶었다.

분명 그 순간 나는 엄마 미소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엄지를 치켜세우며 진짜 너희는 다 잘한다.라며 과잉 호들갑을 떨었다.

아이들이 한참 노래 부르며 '우리 좀 잘 하는 거 같지 않아?'

'뭔가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아.'라는데 그래. 스스로 학습 목표도 도달했을뿐더러 정의적인 영역의 목표까지 

습득했다니 멋지다. !!!

아이들을 스트레스 해소하게 만든 '함께 걸어 좋은 길'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wu2N-A1aP4k


교과서 노래를 배우면서 

노랫말이 예쁜 노래도 함께 배웠다.

몇 개의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그중에 제일 마음에 든다며 우리끼리 불러보자던 '바람의 빛깔'

동요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

*유의 : 노래만 틀면 자동 합창단 모드, 자신감 뿜뿜, 저 반은 노래만 하나 싶을 수 있음. 

https://www.youtube.com/watch?v=QV0Sml6o1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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