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3월과 9월 구성원의 변동이 생긴다.
오늘 학교에서는 9월 정년퇴임을 하시는 한 선생님의 송별회가 있었다.
정년이 보장된 직장이라지만 사실 정년퇴임을 하시는 분은 거의 없다.
50이 넘은 선배 선생님들은 언제 명예퇴임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시기도 하고
그 시기가 오기도 전에 의원 면직을 하시고 나가시는 분도 꽤 많다.
'정년퇴임'
오늘 퇴임하시는 분은 1981년이 첫 발령이셨다고 한다.
교실 한가운데 난로를 피우고 100학급이 넘는 학교에 오전 반 오후 반을 하던 시기부터 교사를 하셨던 것이다.
함께 동 학년을 한 적이 없지만 오가며 보는 선생님의 모습은 참으로 온화하였다.
학교 화단에서 연못에서 운동장에서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지내는 모습을 볼 때면 그 온화한 웃음에 절로
따뜻해지는 봄날의 햇살 같은 포근한 분이셨다.
그분의 교직 인생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오늘 송별회 자리에서는 많은 후배 교사들의 아쉬움의 송별 인사가 전해졌고 아이들의 영상 편지 또한 참 감동적이었다.
울컥 울컥하시며 바라보던 선생님께서 인사말씀을 하시는데, 나도 함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슬퍼서라기보다 감동적이었다.
'저에게는 의미 있는 날일 수 있지만 오고 가는 많은 선생님들께는 바쁜 여러 날 중 하루 일 텐데 이렇게 따뜻하게 배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이들과 교실에서 즐겁게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자꾸 아쉬운 마음이 드는 저를 보며 스스로 생각합니다.
한 판 잘~ 놀았다.
후배님들, 학교가 무척 힘들어져 가고 있지요.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남들에게도 좋은 일을 베풀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정년 퇴임하시는 선생님의 소감이 ' 한 판 잘 놀았다'라는 것...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
아이들과의 일상을 정말 좋아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지금 아이들이랑 잘 지내고 그 속에서 보람을 찾고 지내지만
나이가 더 든 뒤에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나의 막연한 불안을
잠재워주신 선생님 ^^
저런 선배의 모습이 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