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다름
우리 반에서 가장 마음 쓰이는 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학기 초부터 자주 울었다. (5학년)
이래서 울고, 저래서 울고 하루에도 울 일은 참 많았다.
실내화를 신지 않고 가방을 바닥에 던져둔 채 하루 종일 종이접기에 열중하다가 가는 경우가 많다.
반항적인 표현을 하진 않지만 교실 언저리 어딘가에서 함께 하지 못하고 나만의 공간 안에서 지내다 가는 느낌.
성적이나 수행 내용은 괜찮은데 감정 표현이 어렵고 친구와 함께하는 행동들을 모두 다 어려워하는 아이.
그 친구는 유독 체육 시간을 싫어하는데,
피구할 때 피구 공에 맞았다고 울고(정말 서럽게 10분 이상 운다)
본인이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가 공을 던지자 소리를 꽥 지르며 '널 죽여버리겠다'라고 하기도 한다.
오늘, 체육 시간에 운동장에서
양 팀이 공을 패스해가며 각자의 골대에 득점을 해야 하는 게임을 진행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아이가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울고 있다.
불러도 대답이 없어 운동장으로 들어가 아이를 데리고 나와 천천히 물어보았다.
무슨 일인지
왜 속상한지..
너무 감정이 격해진 아이는 수도꼭지처럼 눈물만 흘린 채 몇 마디 하는데 울음에 갇혀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기에 우선 진정시키며 앉아 있도록 했다.
그런데 아이들 또한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알은체를 하지 않고 뭐라 하지도 않고 경기를 진행해 나갔다.
이 친구는 20여 분을 그렇게 울었나 보다.
교실도 안 들어오려는 것을 몇몇 친구가 이야기해서 들어왔고
나는 일부러 바로 물어보지 않고 1교시가 더 지난 다음, 아이의 울음이 그치고 안정이 된 상태에서 물어보았다.
아이 입장 : A가 다른 친구에게 공을 패스 받다가 나를 쳤다. 그러면 나한테 사과를 해야 하는데
나에게 놀리는 표정을 하고 체육 시간에 매일 운다고 뭐라고 했다.
A 입장 : 다른 친구가 패스하는 공을 받으려고 뒤로 움직이는데 그 친구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부딪히게 되었다. 공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임인데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부딪힐 수밖에 없지 않나. 놀리는 표정을 하지는 않았고 같은 팀인데 게임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이 나도 속상하다.
아이가 서럽게 운 포인트는 부딪혀서 아픈 것이 아니라 '나를 놀리고 나에게 사과하지 않는 것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라는 것이고
A의 포인트는 '체육 시간에 경쟁 게임에 같은 팀인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이 속상하다' 였어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저는 그냥 A 입장, 아이 입장을 전체 아이들과 함께 들어주었어요. 중개인처럼요.
네가 말한 것이 ~~~~ 맞아?
그럼 네가 속상했던 이유는 맞아서가 아니라 친구의 눈빛과 말이 너를 무시한다고 생각해서였어?
A야, 친구가 이래서 속상했대. 너는 어떻게 생각해?
아이야, A는 네가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해?
이렇게. 양쪽 의견을 전달해 주는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렇게 전달을 양쪽에 열심히 하고 나니 20분 운 아이가 개운하다는 듯이 상황을 이해했다고 하며 앉았다.
A 친구도 본인이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나니 별 불만 없이 앉았다.
자꾸 우는 아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 어떤 상처가 있는 것일까 걱정되고
늘 이겨야 하는 A가 그나마 2학기가 되니 욱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내가 조정하기 이전에 복도에서 우는 아이의 이야기와 져서 속상한 아이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반 친구들도 기특하고..
생각이 많은 체육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