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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Dec 09. 2022

느리게 가는 공부

아이를 키우다 보니 매 시기마다 학습적인 과업이 정해져있더라고요.

누가 정했는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이 입 모아 이야기하는 어떤 단계

예를 들면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떼고

저학년 때에는 영어와 예체능에 집중하고

4학년, 늦어도 5학년 때에는 수학 학원을 보내고 

수학 심화를 위해서 심화서를 꼭 해야 하고

중학교 가기 전에 수능 영어를 풀 수 있어야 한다 와 같은....

전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있으면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음 단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는데 훨씬 쉽고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과업 단계 중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학업을 진행할 '내 아이의 현재 상태'에요.

이때쯤엔 이걸 해야 한다고 해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정작 내 아이에게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일 수가 있어요.

아이마다 배움의 속도는 다 다르고 교실에서 보면 그 폭이 참 크더라고요.

매 수학 단원을 끝나고 나면 아이들 문제집 검사를 하는데

가지고 오는 문제집이 죄다 최상위 수학, 최고 수준이에요. 

그 안에 채점되어 있는 것, 다시 푼 문제의 흔적들을 보았을 때, 이 친구는 절반쯤 이해를 했으려나

혹은 이런 심화 문제를 풀지 않고 단계를 낮추면 훨씬 더 자신감 있게 배울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아이는 아직 이 수준의 공부를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아이의 이해도보다 속도에 몰두해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채 빠르게 가는 것에만 몰두하다 보니 현재 배우는 내용도 앞으로 배우는 내용도 혼재된 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아이들이 느끼는 것은 '나는 공부가 싫고 잘 못한다'라는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

이것이 결국 중, 고등학교에서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그 단계가 꼭 맞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정말 잘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

보통의 경우 아이들은 제 단계의 공부만 꼼꼼하게 해도 절대 늦지 않아요.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 어디를 향해 가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아이가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제 단계를 정확하게 밟아가는 것.

3학년 아이가 3학년 공부를 하는 것이 이제는 느린 공부가 되어 버렸더라고요.

흔들리거나 두려워하지 마세요.

1,2학년 아이가 사고력 수학, 심화 수학을 잘 푸는 것

3학년 아이가 원서를 엄청 잘 읽고 글을 잘 쓰는 것,

5학년 아이가 중, 고등학교 수학을 푸는 것

그것이 당연한 속도가 아니에요. 

그런 아이는 정말 극히,,,,, 반에서 한 명, 학년에서 몇 명 있을까 말까 하고

만약 그런 아이가 있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학습 능력이 모두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런 뛰어난 아이들도 그들만의 고민이 있더라고요.

내 아이를 보고 내 아이의 속도에 맞는 학습을 하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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