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작성하고 선인세도 받았다.
들떠 있던 마음도 잠시, 한 달 가까이 놓고 있던 원고를 다시 열었다.
원고를 다시 여는 데까지만도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다. 내 원고이고, 이제 계약했고, 다시 시작하기만 하면 되는데 이 첫걸음이 주는 중압감을 나는 항상 버거워한다.
마음속에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짓누른다. 무겁다. 순간순간 별거 아니다. 시작하자. 한 발 디뎌야 다음 발도 디딜 수 있다 생각한다.
첫 기획원고를 쓸 때 나의 글이 가장 느려 걱정했다던 코치님의 말이 맞다.
나의 처음은 항상 느리고 무겁다. 쓰다 보면 물꼬가 트이는 것처럼 흐를 걸 아는데.. 그 몰입으로 가는 시간이 이번에도 좀 걸리려나보다.
지난주 1 챕터 수정본을 보내고 어제까지 끝낼 예정이었던 다른 챕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자판기만 보고 있다.
가만히 심호흡을 해본다.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그래 네가 잘하고 싶구나.
그 마음도 인정해주자.
네가 두려워하는구나.
그럴 수도 있다.
내 마음을 챙기며 생각을 집중해본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한 헤밍웨이의 말처럼
나의 쓰레기를 모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