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을 위한 친절하고 단호한 훈육의 원칙

by 라온쌤

제인 넬슨과 린 로트의 [긍정훈육 청소년 편]에서는 부모의 양육방식을 벽돌형, 양탄자형, 유령, 피디 부모의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벽돌형은 통제형 부모를 의미하고 자녀가 부모의 바람대로 자라지 않으면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양탄자형은 지나치게 허용적이고 과보호적인 양육방식의 부모를 이야기하며 이런 양육방식 아래에서 자란 아이들은 화나거나 실망했을 때 조절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게 됩니다. 유령형은 무관심한 부모 유형이며 우리가 결국 지향해야 할 것은 친절하지만 단호한 양육 방식인 피디 부모의 긍정 훈육 방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학급에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 유난히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친구들 중 많은 비율로 양탄자형 양육방식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권위적이고 통제형인 부모와 자녀의 갈등이 주였는데 요즘은 오히려 귀하게 기른 아이 때문에 사춘기에 호되게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한 아이라서 최선을 다해 키웠는데 학교에서는 집에서처럼 내 의견을 항상 존중해주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경우 아이들은 쉽게 좌절하고 학교에서 내가 거부당한다고 생각하여 단체 생활 적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내 의견을 설득하는 과정을 해 본적이 없으니 친구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해결하기 어려워해 포기하고 혼자 있으려고 하는 일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참 아이 키우기가 어렵습니다. 친구처럼 키우는 민주적인 부모인지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제멋대로라서 사춘기에 소통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친절하고 단호한 훈육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충분히 인정해주고 행동에는 제한을 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와 이야기 하다 짜증 내며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아이에게 ’이게 뭐 하는 짓이야?’라고 더 크게 소리 지르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으니 지금은 혼자 두는 게 좋겠다도 아닙니다. 네가 지금 기분이 나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기분이 나쁘다고 방문을 세게 닫는 행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그런데 아이와 이야기를 하려고 시도해보니 아예 거부하거나 짜증으로만 일관하여 제대로 대화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물어보면 ’몰라요‘ ’아니요‘ ’그냥요‘ 세 마디만으로 부모님 속을 뒤집어 놓는 경우가 많지요. 이 세 단어의 공통점은 ’나는 지금 엄마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요.‘입니다. 아이와 잘 대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만 기억하세요.


1. 친절한 의사소통의 기술

첫째, 잘 듣는 경청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부모와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대화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방적인 설교나 비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점점 더 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와 대화할 때 잘 들어주시기만 해도 아이와 수월하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말을 끝낼 때까지 절대 중간에 말을 끊지 않고 듣기만 하시면 됩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듣는 것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만약 위의 경우처럼 물어도 몰라요로 일관하는 아이라면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사소한 일상부터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오늘 먹은 급식, 연예인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내가 너에게 관심이 있고 이야기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 수 있게 말입니다. 당연히 여기서 공부, 학교, 학원, 시험 문제가 나오면 안 되겠지요. 가장 아이들을 방어하게 만드는 주제이니까 충분히 대화가 잘 이루어진 후에 시도하기 바랍니다.

둘째, 아이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다음에는 짧게 정리하여 이야기를 돌려줍니다. 예를 들어 아이와 함께 스마트폰 사용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아이가 이야기를 다 끝날 때까지 듣고 난 후, ’엄마가 네 말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싶어. 너는 친구들과 SNS로 대화하고 싶은데 우리가 정한 규칙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맞니?‘ 와 같이 아이의 이야기를 요약하여 돌려주는 것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부모가 경청하고 있고 본인의 이야기를 존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아이의 이야기를 돌려주려고 생각하면서 듣다 보면 나도 더욱 집중해서 들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아이가 본인이 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며 다시 이야기해 준다면 둘이 대화하는 이야기의 포인트에서 벗어나지 않고 집중하여 대화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셋째, 공감의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아이 이야기 속에서 아이의 감정을 읽고 반영해줍니다. ‘네가 열심히 했는데 엄마가 결과를 가지고만 이야기 해서 속상했겠구나.‘와 같이 아이가 말하는 것 속에 담겨있는 감정을 꺼내서 공감해주는 것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특히 내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것에 큰 안정을 느끼고 마음을 열게 됩니다. 혹은 아이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합니다. ’친구가 그 이야기를 했을 때, 너는 어떤 생각이 들었니?‘ 와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주고 또 공감해주는 것입니다.

넷째, 언어적인 의사소통 못지않게 비언어적인 의사소통도 중요합니다. 사실 말로 전달하는 내용보다 그 사람의 말투, 눈빛, 목소리 등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 많습니다. 아이와 이야기 하는 도중 눈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편안한 목소리와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도록 합니다. 아무 말 않고 경청하고 있지만 눈빛으로는 ’어디 뭐라고 말하나 한 번 들어보자‘라는 식으로 팔짱끼고 날칼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본다면 아이와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어렵겠지요. 또한, 아이에게 포옹하거나 머리나 등을 쓰다듬는 스킨십을 통해서도 내가 너를 사랑한단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충조평판하시면 안 됩니다.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 책에서 본 단어 ’충조평판‘은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의미합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야기해주고 싶은 게 참 많이 생깁니다.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 싶은 이야기만 하는 아이를 보고도 꾹 참으셔야 합니다. 대화 중에 아이는 옆집 손님 정도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생각하더라도 입 밖으로 꺼내지 마세요. 나는 조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잔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물어서 대답해주는 것은 조언, 아이가 묻기 전에 내가 먼저 이야기하면 잔소리가 됩니다.

2. 단호한 훈육하기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는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없습니다. 아이가 느끼는 그 감정을 모두 다 수용해주셔야 합니다. 그렇지만 행동에는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이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하면 되는 행동과 해서는 안되는 행동의 구분을 정확하게 알려주셔야 합니다.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뿐입니다.

첫째,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대신 해주지 마세요. 학교에 준비물을 놓고 오거나 과제를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 가져다주거나 혹은 선생님께 전화해서 왜 못했는지 상황에 대해 설명하지 마세요. 숙제를 하는 것, 준비물을 챙기는 것은 아이가 해야 할 일입니다. 중간에 실수하고 하지 못할 수도 있죠. 그런 상황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아이의 몫입니다. 부모님이 아이가 세상 속에서 배워야 하는 것들을 끼어들어 배움의 기회를 낚아채시는 것입니다. 제인 넬슨은 이런 훈육을 아이를 ‘무능력하게 만드는 훈육’이라고 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 부모님이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이 많거나 아이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사춘기 시기에 부모님께서 아이에게 ‘너는 공부만 해, 나머지는 엄마가 다 알아서 해줄게.’ ‘누가 이런 거 하래. 너는 그냥 공부만 하면 돼.’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이를 무능력하게 만드는 훈육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아이에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공부가 제일 중요하다, 나머지는 배울 게 없다 라고 알려주시는 것과 같은데, 어디 그렇던가요? 아이가 세상과 부딪치고 실수하고 모험하고 배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아이의 삶입니다.

둘째, 바라는 행동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안내해주세요. 예를 들어 아이에게 ‘게임 적당히 해’ 라고 했을 때, 적당히는 어느 정도일까요? 부모가 생각하는 적당히는 30분, 아이가 생각하는 적당히는 3시간 일 수 있습니다. 서로 생각하는 정도가 다른 것이지요. 행동을 제한하는 상황에서는 구체적으로 안내해주셔야 합니다. ‘게임을 하는 것은 네가 할 일을 다 끝낸 후 하루 30분 허용’과 같이 상황과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해주세요. 친구 집에서 놀고 ‘너무 늦지 않게’ 돌아와라가 아니라 ‘저녁 9시 이전’에는 돌아오라고 정해주는 것입니다. 부모가 너무 빡빡하게 통제하는 게 아닐까요? 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저는 아이를 믿어요. 때가 되면 알아서 돌아오겠죠, 때가 되면 알아서 그만 하겠죠’는 부모님의 생각입니다. 아이를 믿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 ‘때가 되면’의 상황에 대해 부모와 아이가 생각하는 것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여 도대체 얼마나 해야 그만할래? 라고 아이에게 물어보면 아이 또한 당황합니다. 한 번도 그런 가이드라인을 준 적이 없는데 나한테 왜 갑자기 화를 내지? 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해주시고 그 안에서 아이를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셋째, 한 번에 하나씩,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아이 방에 들어갔더니 어지러진 책상과, 바닥에 널부러진 옷가지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공부가 되어있지 않고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부모가 이런 경우 하루 날 잡고 아이의 행동을 교정해야겠다 싶어 여러 가지를 지적하면 아이는 ‘엄마가 오늘 화났나? 오늘 왜 이래, 짜증나게’라고 반응합니다. 정리정돈이면 정리정돈, 스스로 할 일을 하지 않은 부분이면 그 부분, 한 번에 하나씩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자녀와 약속한 부분을 이야기할 때에는 ‘~해주면 좋겠다’ ‘ ~하는 게 어떨까?’ 와 같은 권유형 문장이 아니라 ‘자기의 방은 자기가 치우는 거다.’ ‘우리가 온라인 수업을 마치기로 한 시간은 10시까지다.’와 같이 단호하게 이야기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일관성있고 꾸준한 내용의 훈육을 진행하셔야 합니다. 하루에 게임을 30분만 하기로 정했는데 오늘은 친구가 놀러 온 날이니까, 오늘은 시험을 잘 봤으니까, 오늘은 엄마 기분이 좋으니까 등의 이유로 시간을 늘리면 이 규칙은 앞으로 잘 지켜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에게 꼭 바로잡게 하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일관성 있게 꾸준히 진행하여야 행동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어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오늘은 된다고 하면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하며 가이드라인 자체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관성이 깨지는 순간 가이드라인이 갖는 힘도 함께 깨지며 오늘도 다양한 핑계를 대며 게임 시간을 연장하려고 할 것입니다. 바로잡고 싶은 습관, 꼭 갖추어야 할 습관이 있다면 부모님이 먼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규칙을 지키셔야 합니다.

다섯째, 행동과 감정을 연결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훈육하는 상황에서는 아이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셔야 합니다. ‘네가 그럴 줄 알았다.’ ‘넌 늘 그런 식이야.’ 라고 아이 자체에 대한 비난을 하시면 안 됩니다. 행동이 잘못된 것이지, 아이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실수로 아이의 존재를 깎아내리거나 비난한다면 아이 스스로도 죄책감을 느끼며 자존감도 깍이게 되겠지요. 아이는 실수하면서 자랍니다. 실수에 대해서 분노나 화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아이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훈육하여야 합니다. 아이의 행동이 잘못되었고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지 여전히 나는 너를 믿고 존중한다는 것을 아이도 알게 해 주십시오.


3. 칭찬 VS 격려

몇 년 전 EBS 다큐프라임에서 ‘칭찬의 역효과’란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흔히 긍정적으로만 생각했던 칭찬이 주는 역효과를 다룬 프로그램이었는데 참 신선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칭찬’을 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 볼까요. 아이가 무엇인가를 잘해서인 경우가 많지요. ‘잘했어’ ‘와, 똑똑한데’ ‘대단하다’ ‘참 착하구나’ 와 같은 칭찬의 단어를 살펴보면 ‘결과’에 대한 ‘칭찬하는 사람의 만족’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결과’로 칭찬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패할 일에 도전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똑똑하다는 칭찬을 받은 아이는 내가 똑똑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수학 문제에 도전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혹시라도 실패하게 된다면 나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게 되므로 상대방이 나에 대해 기대하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칭찬은 ‘상대방의 평가’이기 때문에 결국은 칭찬하는 사람의 판단에 연연하게 만들고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가 해야 하는 당연한 일들에 칭찬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칭찬스티커를 주어 칭찬한다면 칭찬스티커가 없을 때는 아이는 책을 읽지 않습니다.

반면에 격려는 아이가 성공을 했을 때나, 실패를 했을 때나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데 노력을 많이 했구나.’ ‘힘들었는데 끝까지 해냈구나.’와 같이 행위의 ‘과정’과 ‘태도’에 대한 격려는 아이의 실패, 성공과 관계없이 할 수 있습니다. 옆에서 아이에게 격려를 해주는 것은 결국 아이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하게 만들고 스스로 방향을 찾아 나설 힘을 줍니다. 격려를 뜻하는 단어 encourage의 어원은 용기(courage)입니다. 아이가 자립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 격려입니다.

이제는 내 마음에 드는 아이를 만들기 위한 ‘칭찬’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는 ‘격려’를 해 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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